나의 글

오늘 문득 보리가

최재곤(집시) 2008. 10. 3. 17:29

보리! 라

어릴 때 부터 많이 익숙한 단어

요즘은 그리 사용하지 않지만

 

문득 어느 닉을 보고 갑자기

우선 보리밭이 생각나고

얼핏 생각하면 보리밭의 추억이라도 있는 것 처럼

 

그러나 나에게 보리의 추억은

보릿고개?

아니 보리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의 추억?

 

보리 농사는 가을 걷이(벼를 거두고)하고 난 뒤  가을 부터 이듬해 여름까지

고생고생하여 짓는 농사로

그저 고생한 추억만 남아있지요

 

벼를 거둔뒤

그 골을따라 소 쟁기를 이용하여 배를 따고(갈고)

보리씨앗을 뿌린 뒤 여름 내내 집에서 산에서 배어온 풀과 인분, 그리고 흙을 섞어 푹~띄운 거름을

소 질메에다 싣고 논밭으로 군데군데 날라다 놓은 것을

싸리 소쿠리로 담아 보릿씨를 뿌려 놓은 골을 따라 뿌리고

소가 끄는 끄징게에 사람이 타고 "이랴"하며 그 넓은 논 밭의 고랑을 매운뒤(씨앗을 흙으로 묻는 과정)

고랑마다 쳐박혀있는 흙 덩어리를

곰배(30~40cm 나무둥치에 1.5m 정도의 나무자루 달린 것)로 일일에 으께고 나면

 

그 거름과 흙속에서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약한 잎으로 나와 한겨울을 나면

봄에 또 겨우네 서릿발로 부풀어 오른 뿌리의 활동을 돋우어 주기위해

보리밟기를 하고

 

아주 어려운 집은 그 보리싹을 뽑아다가 죽을 쑤어먹으며

그야말로 생명을 연장하기도한 보리

 

늦은 봄 김도 매주고 해서 키운 보리를

한 여름 직전 모를 심기 위해

그 놈을 배어 논에 �혀 마르면

일일이 단으로 묶어

지게로 짊어지고 집 안마당에 쌓았다가(아휴 보리 까끄레기)

그 때는 보리 까끄레기가 몸속으로 들어가도 괞찬았는데

지금은 ............

 

날씨 좋은 날(태양이 쨍쨍)

멧돌위에 보릿단을 어께 넘어로 휙휙 휘둘러 뚜드려 보리를 털어

며칠간 멍석에 말리어 가마니에 담으면 보리 농사가 완료 되는데

 

어느 여름

보리타작을 하다가

엄마가 갑자기 방으로 들어가니

아버지가 화를 내며 "일하다가 어디가노" 하고 고함을 치는데

방안에서 애기 울움 소리가 천지를 진동한다?

ㅎㅎㅎ 내 동생이 태어난 것이다.

 

울 엄마 지난해 봄

하늘나라로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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