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태화강 시리즈 2-3 "무덤까지 가는 비밀"

최재곤(집시) 2009. 4. 16. 23:49

집시의 사랑 2(무덤까지 가는 비밀)


12일과 13일 이틀간 함양 백운산 산불진화를 하고 약간 지친 상태에서 어제 저녁에 퇴근 후 산불현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썼기 때문에 옷을 벗어 빨래를 하고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싹튀운 현미밥을 해먹고 자신도 모르게 일찍 잠들었다. 얼마를 잤는지 평소엔 그런 일이 없었는데 자다가 소음에 의해 깨어보니 티브이가 켜져 있었다. 이때의 시간은 새벽 네 시라. 잠을 자면서도 집기편한 곳에 둔 리모컨으로 슬그머니 끄고 다시 잠을 잘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아직 비는 슬금슬금 내리고 있었다.

지난 9일 통영으로 내려와 그 이튿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산불진화 임무를 수행하였기 때문이리라.


출근 준비 중 아침연속극 청춘예찬에서 결혼 30여 년 동안 같이 살아오면서 마누라에게 선물 한 번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면서 진주목걸이를 선물하는 장면이 슬쩍 지나가는 것을 보고 나도 위 소설에서처럼 뭔가 잘못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오늘밤까지 여기 통영에서 지내고 내일 아침엔 또 보따리를 꾸려 함양으로 옮긴다. 함양에서 3일을 머물다가 오는 토요일 다시 울산으로 이동하여 일요일부터 울산에서 임무를 .................


울산에 가서 “나, 왔소.” 하면 반겨줄까?

소설에서의 남편처럼. 나돌아 다니다가 잊을만하면 들어오면서 내 뱉는 “나, 왔네.” 하는 것처럼.

이 집시 울산 태화강의 오작교를 다시 찾아 이루지 못한 사랑을 찾아볼까?

그때 그 오작교 아직 그대로 있을까?

그때 그 약속 지금도 유효할까?

횡하니 기약 없이 갔다가 무작정 나타나 언제 그 사랑이 이루어질지 모르고 집시는 그 오작교를 다시 찾을 것이다.

없어도, 영영 나타나지 않아도 기다리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것을  희망으로, 바람으로 삼아 내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집시는 한 밤에 오백마리의 까마귀가 만들어놓은 그 오작교에서 사랑을 갈구할 것이다. 그래야 살맛이 날 것 같다.


역시 집시는 한 곳에 머무르면 집시라 할 수 없지라.....ㅎㅎㅎ

어떤 여인으로부터 죽어도 밝히지 않는 그런 남자이고 싶은 집시.

"엄마를 사랑해"에서 작가의 바람인 집시.

나도 죽을 때 죽을지라도 비밀로 남겨두고 싶은 그런 사랑을 할끼다......ㅎㅎㅎ


2009년 4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