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2009.11.23 진해에서 이틀째

최재곤(집시) 2010. 1. 11. 17:52

2009.11.23 진해에서 이틀째


오늘은 어제 갔다 온 방향의 반대쪽인 오른쪽으로 향했다.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은 “진해시 제덕동 346번지 꿈의 궁전”이라는 모텔인데 바로 곁에 프린스라는 모텔과 나란히 고갯마루의 언덕배기에 위치하고 있다. 가파른 출구를 내려오자마자 우측으로 향하면 해양공원의 이정표가 있고 그 이정표에는 해양공원까지의 거리가 3.5 km 라고 표기되어있다. 나는 그 이정표대로 해양공원방향으로 향했다.

 

                                                  삼포로 가는 길의 기념 조형물


 

길은 아스팔트로 지형에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이리저리 휘어져있었고 가로에는 전지가위로 잘 다듬어진 빽빽하게 심어진 키가 작은 동백이 피고지고 있었고 이미 피었다가 진 꽃은 송이채 나뒹굴고 있었다. 10여분 거리에 삼포라는 포구입구에 버스 승강장이 있었고 그 승강장 곁에 이해인 작사 작곡인 “삼포로 가는 길”의 기념탑과 노랫가락이 씌어져 있었으며 그 탑의 우측 주변에 그 노래를 들을 수 있도록 스위치박스가 만들어져있었고 그 스위치를 누르면 스피커를 통해 “삼포로 가는 길”의 음악이 2절까지 흘러나온다.


 

나는 이번 기회에 이 노래를 배우기로 맘을 먹고 여기를 지날 때 마다 세 번씩 듣기로 했다. 삼포를 지나 15분쯤 더 가니까 바다위에 휘황찬란한 야경이 눈에 들어온다. 그곳이 바로 해양공원이었다. 언뜻 봐서 아! 이곳에 오면 야경까지 보고 가는 것이 좋을 듯하였다. 이곳의 지명은 명동이다. 해양공원은 명동이라는 포구 바로 앞에 있는 음지도 라는 섬을 공원화한 것이다. 

 

 

                                                        해양공원의 야경


길을 걷는 중간 중간에 연인들과 밀어를 즐기는 차들을 가끔 볼 수 있었는데 어떤 때는 그 곁으로 지나가야하는 내가 방해를 해서 미안하기도 했다. 속으로는 “짜아식들 모텔에나 가지” 하는 생각도하고 말이다. 이 길은 적당하게 UP, DOWN이 있고 거리도 적당하고 걷는 운동을 하기위한 코스로는 안성맞춤의 코스다. 전국으로 많이 다녔지만 그 중에 제일 좋았다. 숙소에서 이 길을 따라 걸으며 각 포구를 들락날락하면 아마 10여키로는 될 것 같았다.

 

각 포구의 방파제에는 가로등이 켜져 있었고 그 가로등 아래에서 낚시꾼들이 밤낚시를 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연인과 같이 어떤 이는 아이들과 같이 또 어떤 이는 현지에서 라면을 끓여 먹기도 했다. 야외에서 그것도 밤에 풍기는 라면의 구수한 냄새는 지나는 사람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그 방죽 입구에는 밤이 늦도록 붕어빵을 굽는 아줌마도 정겨운 밤의 풍경에 한몫을 한다. 방파제 아래 으슥한 곳에는 연인들이 추워서인지 끌어안고 있는 이들도 보였다. 둘이가 싸웠는지 싸우는지 여자는 차의 조수석에 앉아 차창은 내린 채 나오지도 않고 고개를 숙이고 무슨 고민에 잠겨있는 듯하고 밖에 나온 남자는 혼자 역시 고개를 떨어뜨리고 잔잔한 파도소리를 들으며 해변의 방파제를 걷고 있었다.


어디서 보기 드물게 밝은 달빛은 바다 수면에 닿아 산산이 부서지기도하고 무심히 이들을 비추기도 한다. 달이 밝아 주변의 야산의 먼 곳까지 거무스레하게 보인다. 해양공원 바로 곁의 마을 앞에 조그만 섬이 하나있는데 이 섬은 물이 빠지는 간조 시에는 길이 열리고 만조 시에는 길이 없어지는데 길이 생길 때 들어가 섬을 한 바퀴 돌아나 올 수 있도록 나무로 다리를 놓아두었다. 나는 언제 그곳을 다시 가 볼 수 있을는지 기약은 할 수 없으나 나중에 꼭 다시 찾아오고 싶은 곳으로 기억해 놓고 왔다.

 

                                                                포구의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