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나 현지 조달해야 혀

최재곤(집시) 2012. 12. 3. 11:36

며칠 전 더덕 한 박스가 배달됐다.
더덕을 요리하려니 좀 그렇고 해서 
낮에는 항시 대기하는 업무라 심심할 때 간식으로 먹는다. 
껍질을 까기쉽게 팔팔 끓는 물에 데쳐서 껍질을 까먹는데 
한 번은 너무 데치는 바람에 아예 삶겨져 버리기도 하고 
또 날것으로 까 먹기도 했다.

그날 저녁 이불 빨래하려고 집에 갔다. 
마침 큰 딸이 집에 와있었다.
내가 도착하자마자 아내와 큰딸이 백화점 가자고 한다.
둘이가 낮에 내가 입을 잠바를 봐 놨다고 한다.
이 때 시간이 거의 7시가 다 되갈 무렵이다. 
백화점 마감 시간이 7시 30분 이라면서 서둔다.
그들은 나를 나를 백화점에 데리고 가더니 낮에 미리 봐둔 잠바를 입혀본다.
둘다 멋있다고 한다.

마감 시간은 다행이 8시란다. 여유 시간이 생겼다. 


점원이 바지 하나를 더 권한다. 
내 옷은 거의가 다 오래된 것들이다.
그러나 그렇게 추한 것이거나 낡은 것들은 아니다.
그런 것들이 장농을 꽉 매우고 있다.
수 삼년이 지나도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한 것들도 있다.
요즘은 등산복 종류가 업무중에 활동하기 편하다보니 
신사 바지는 늘 뒷전이다.
신상품이라 마음에 들지 않을리 없고 
점원과 가족들이 권유하는 바람에 이왕 나온김에 바지 하나를 더 샀다.

아침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데 소록소록 더덕 냄새가 난다. 
더덕은 소화기관을 거쳐도 그 향이 살아있는 모양이다. 그 이유는 뭘까? 
용변을 다 보고 나오면서
"어제 낮에 날 더덕을 두어 개 먹었더니 용변 보는데 더덕 냄새가 나네"
"혼자 있으면서 좋은 거 다 먹는구먼"

 

 
새로 사온 옷을 입고 어젯밤 늦게 들어온 둘째 딸의 방문을 열고
"아빠 폼 어뗘?"
"응 멋있다. 아빠! 그 잠바 김승우 잠반데"
"김승우가 누군데?"
"탈렌트"

 

매년 지금 계절의 옷이 못마땅했는데
그리고 며칠 전 모임에 나갈 때도 좀 꺼림칙하긴 했는데
속으로 'ㅎ 이젠 여친들 만나도 되겠네'
아침 7시경 덜 마른 이불을 챙겨 들고 집을 나선다.

출입문을 열고 나서는 내가 측은해 보이는지 
문 닫기 전 물끄러미 바라보는 마눌을  뒤 돌아보며
"ㅎ 어젯 밤은 헛잠?자고 가네"
"ㅎ 현지 조달해"

??????????????? 

나 현지 조달해야하는데(명령이행)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