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3일간의 여행

최재곤(집시) 2013. 5. 13. 11:01

 

출퇴근이 여행이다.

어제 또 많은 나물을 뜯었다.

돌나물 그리고 환삼덩굴순.

금요일은 집에 볼일이 있어서, 그제는 친구들이 보고 싶어서

어제는 이 나물을 집에 갖다 주러 갔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그 먼 거리 장시간을 어떻게 출퇴근을 하느냐?

그래도 나는 여행이고 매일 다른 하나의 영화를 본다고 생각한다.

가식으로 연출하지 않는 실화를 말이다.

 

 

요즘은 봄이라 볼거리가 많다.

아직은 모든 풀이나 나무들이 짙은 연두색이다.

나무 하나 하나를 보고, 빌딩 숲을 지날 때는 집하나 하나의 생김새를 보고

도로에 만들어진 방음 막을 보고 공사장에 땅 다짐하는 로러가 굴러다니고

차가 밀리면 밀리는 데로 남의 차속을 훔쳐보기도 한다.

 

 

장사 나가는 미니 봉고는 달리는데도 뒤에선 아줌마가 차내 정리하고

어떤 차 안은 연인이 주행 중에 진한 스킨십을 하는가 하면

아예 손이 이상한 곳에 들어가 있기도 하다.

이런 광경은 장거리 운행 중 졸릴 때 하는 행위로는 좋을 듯싶다.

부럽기 도하다. 빨리 달리면 달리는 대로 스치는 바람소리,

시원하게 달리는 차들 곡예 하듯 끼어드는 차, 이를 비켜주지 않으려고 애 쓰는 차,

갖가지 행태도 보인다.

 

 

잘 만들어지고 단장된 인터체인지 많은 꽃들이 아름답다.

서행 중에 보이는 봄꽃들은 노란 꽃들이 제일 많이 보인다.

도로의 법면에는 일찍 부터 개나리 그리고 다음이 씀바귀 종류의 노랑꽃 들이다.

갖가지의 방음막도 참 잘 만들어져있다.

 

 

언젠가 일본에 갔는데 동경의 도심을 운용하는 전철인지 모노레일인지

빌딩과 주거지 등을 지날 때도 그기는 방음막이 있을 법한데 그물 펜스만 쳐져있었다.

 

 

저수지도 보이고 저수지를 가로지르는 잘 만들어진 교량도,

길가엔 보이는 것이 나물이고 쑥이고 꽃들이다.

차창을 살며시 열면 들어오는 바람소리만큼 시원하고

상큼한 바람이 들어오기 도하고 완전한 농촌 냄새도 들어온다.

공장지대도 지나고 우리집언덕이란 식당 간판도 보이고

기타 다양한 간판, 갖가지 땡처리 간판들도 보인다.

 

 

좋은 나라다. 도심을 빠져나오다가 고속도로를 주행하고

시골길을 굽이굽이 달린다.

도심이 다르고 고속도로가 다르고 시골길이 다르다.

생생한 실화를 보며 출퇴근한다.

 

 

오르내리는 승객들의 옷차림, 그리고 행동거지, 집집마다 정원,

운전기사의 운전하는 모습도 눈여겨본다.

어떤 땐 혹시 졸지 않는지도 본다.

담 길 가장자리의 다양한 꽃들, 하나하나 뜯어보면 재미나고 다 새롭다.

 

 

한 학생이 탄다.

“얼마 넣었어?” 기사가 얼마를 넣었는지 알고 묻는다.

“천 원요.”

“이천 백 원인데” 학생이 천원을 더 넣는다.

“백 원 더”

“백 원짜리 없는데요.”

하고는 그냥 자리에 가서 앉아버린다.

기사는 더 말하지 않고 그냥 달린다.

 

 

노견에는 빨간 잠바 검은 바지 하얀 머리의 할머니가 백을 이리저리 흔들며 걷는가 하면

노인이 양쪽 귀에 리시버를 꽂고 어딘가 바쁘게 가고 있다.

중학교 앞에선 학생들이 장난치며 등교하고 있고

초등학교엔 병설 유치원생들이 보호자의 손을 잡고 길을 간다.

횡단보도에는 선생님인지 학부형인지 입에는 호루라기를 물고

손엔 깃발을 들고 교통통제를 한다.

 

 

차는 연신 감속요구 언덕을 넘느라 출렁거린다.

승객이 내려할 곳에서 세워달라고 하지 않아도 된다.

안내 멘트에 따라 부자스위치만 누르면 된다.

정류장마다 콜해주고 도래될 다음 역까지 멘트 해준다.

참 살기 좋아졌다.

 

 

승차 손님들은 연신 폰으로 뉴스도 보고 연인과 문자로 대화도 하고 통화도 한다.

세상의 모든 정보가 폰 안에 들어있다.

이제 똑똑한 사람이 별도로 없어질 듯하다.

누가 이 시대의 문화를 더 빨리 적응하고 이용하느냐에 달릴지도 모른다.

 

 

예전엔 감히 상상도 생각지도 못하는 구리에서 남양의 화성시청까지 출퇴근이라니

그런 거리, 그런 교통의 오지를 이번에 3일 연일 출퇴근을 했다.

바깥을 보며 하나하나를 신기하게 보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다녔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재미나게 살아볼 만한 나라라는 걸 세삼 느낀다.

차 안에서 하루에 4시간을 북적이는 인파와 함께하면서 말이다.

요즘은 같은 길이면서도 날이면 날마다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