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
새벽 나들이 나갔다.
정원 곁 보도에 자그만 꽃들이 늘부러져있다.
새끼손가락 끝마디 같이 생긴 작으면서 노오란 고염꽃이다.
그리고 엄지손가락 끝마디 크기의 역시 노오란 감꽃들이 같이 뒤섞여있다.
옛날 어릴 때의 추억이 스친다.
고향의 정취를 자아내게 한다.
고염은 가을에 채취해서 독에 담아 헛간에 두었다가
동지섣달 긴긴 밤 출출할 때 한 숫갈 입에 넣고
우물우물 자그만 씨들을 발라내며
맛있게 먹었는데…….
그때는 그냥 간식으로 먹었는데 요즘 보면 그 효능도 …….
매년 봄이면 피어나서 이렇게 떨어져 밟혔을 감꽃
언제 봤는지 기억조차 없을 정도로 지나친 세월
어린 시절 한창 클 무렵 새벽잠이 모자라는데도 남보다 먼저 일어나
뒷집 담밖 길거리에 떨어진 감꽃을 주워다 실에 줄줄이 꿰어
처마에 매달아 놓았다가 바싹 마르기 직전에 한줌씩 입에 털어 넣어 먹었었는데…….
그래서 그때는 감꽃이 이렇게 뭇인간들에게 무자비하게 밟히지 않았는데…….
이젠 추억일 뿐 아무도 주워 먹으려하진 않고 그저 옛 이야기 거리로 남는다.
이런 이야기도 요즘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아예 이해하지 않으려 한다.
나는 지나치며 한잎 주워들고 입에 넣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입에 속 집어넣고 질근질근 씹어본다.
지나온 세월을 씹는다.
옛 고향의 전경을 그리며…….
참고 : 고염나무의 효능
군천자 또는 소시라고도하며
소갈증을 해소하고 피부를 윤택하게 하며
가슴이 답답하면서 열이 많은 증상을 제거시킨다.
고염나무잎을 오래 달여 먹으면
당뇨, 고혈압, 결핵성 망막출혈, 변비, 지혈, 위장병에 좋고
불면증, 머리아픔, 뾰루지, 신경증, 습진, 심장병 알레르기성 여드름에도 좋다고 한다.
2015.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