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아 옛날이여

최재곤(집시) 2015. 8. 14. 08:05

요즘은 누구나가 한 두 가지 게임을 즐겨한다.
나는 자주 용잡는 게임에 몰두하기도한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잡기도하고
이튿날 임무가 있는데도 어떤때는 새벽까지 용잡느라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조금이라도 게임에 빠진 이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한 때 돈을 투자한 경험도 있기 때문이다.
게임은 '드레곤플라이트'

대개의 조종사들의 성격이 한결같이 평생의 생활이
거의 좁은공간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하다보니
자기위주의 개인주의 독선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부족 등으로 발전된다고 한다.
항상 위험상황에 대비하는 마음의 자세를 기본으로하는
신경의 날카로움 등으로 거의 모두가 개성이 특이하다.

드레곤플라이트를 하다 졸리는 경우를 수차례 경험한 나는
잠을 청하는 하나의 도구로 게임을 하게되는 경우가 많다.

23일 김제에서의 첫날 오후
위도 무녀도 두리도 죽도 신지도 상공을 비행했다.
1975년 경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중위로 105연대 3대대 동원과장 임무수행 중
전북의 해안에 있는 48개의 유,무인도에 경찰, 군
각 1개분대의 병력을 도정과 경비정, 배 두척으로
각 섬에 간첩이 은거하여 먹을 수 있는 것들이나 식수가 있는지
조사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마지막 날 밤,
위도 지역예비군 중대장의 대접을 3차에 걸쳐 받았는데

마지막에 차 한잔한 다방에서 만난 여 종업원
나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다.
깡촌은 이야기해봐야 모를 것 같아서 대구라고 대답했더니
자기도 대구라며 대구 어디냐고 물었다.
봉덕동 경북고등학교 주변이라고 대답했다.

우연히 우연히도 이 아가씨 자기도 대봉동 어디라고 이야기하며 숙소는 어디냐고 묻는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숙소와 방 호실까지 알려줬다.
방하나에 연대 정보과장하고 같이 숙박하고 있었다.

그날 정보과장은 술이 약했는지 많이 마셨는지 그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골아떨어진걸로 기억되고
나는 아직 잠이들지 않은체 였는데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린다.
일어나지않고 엎드린체 정보과장이 깰세라 빼꼼이 문을 열었다.
캄캄함한 밤인데도 그녀라는 것을 알았다.
얼른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우린 동네 어귀 우물가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다시 숙소로 들어갔다.

아마 나 혼자 방을 쓰는 줄 알고 온 모양이다.
나는 총각시절이라 ㅎ
우린 주인의 허락도 없이 방문 밖 신발이 없는 문을 열고
혹시 사람이 있을까 불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
맨손으로 무논에 논매듯 온 방을 드듬고는 불을켰다.
그리고 위도의 마지막 밤을 그녀와 같이 보냈다.

이튿날 날이 밝자마자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동료나 주인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슬그머니 그 방을
그녀가 먼저 그리고 내가 빠져나왔다.
아침 식사때 연대 정보주임(그는 대위 )이
"어이 동원과장 밤에 잠다다 어디갔어?" 라고 물었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잠이 안와서...." 라고 얼버무렸다.

위도를 떠날 무렵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배가 준비되고 우린 승선했다.
뱃고동이 울리고 갈매기 노래하며 날으는데
항구 저만치 그녀가 우산을 들고 손을 흔든다.
서로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녀도 지금 나같이 늙어 어디선가 잘 살고있겠지.
그 후 그때 같이 갔던 당시 소위 통신대장이 가끔 나보고
" 항구의 풋사랑" 하고 놀리곤 했다.

가끔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자주 흥얼거리는
김동욱의 '편지'
"말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손 ~~~~~떠나버린 너에게 사랑노래 보낸다."

"아!~~~~~~~~~~옛날이여"

- 2015.6.29 남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