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비행 1
봄날의 비행
지난 4월 7일 새벽에 약간의 비가 온 뒤 연 사흘간 날씨가 안개와 미세먼지로 시정이 좋지 않아 비행을 하지 않고 출동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4.8일 카페 ‘세상사는 이야기’에 “일일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아침부터 댓글 확인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4.10)오전까지 특이사항?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후에 날씨가 뿌연데도 기분 전환 겸 비행을 하고 왔다.
미세먼지가 이렇게 많은데도 불구하고 광명동굴, 원미산(부천)에 많은 인파들이 봄나들이 나와 계곡과 능선 곳곳에 삼삼오오 자리를 깔고 모여 앉아 봄꽃을 즐기고 있다.
특히 원미산에는 지난주부터 산에 불이 붙은 듯 진달래가 붉게 물들이더니 금주에는 벚꽃까지 같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기타 산의 곳곳에는 벚나무인지 개살구나무인지 흰 꽃이 만발한 거목들이 참 보기 좋다.
나무의 잎이 형성되기 전 저공비행 중에는 산속에서 김밥을 먹는 것도 보일 정도다. 개중에는 묘득에서 사랑을 나누는 남녀가 보이기도 한다. 그럴 때는 내가 스스로 미리 못 본척하고 지나가지만 그들은 하던 행위를 멈추고 가만히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던 행위를 계속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보리밭이나 나물케는 아낙이 밭둑이나 논둑에서 오줌 누는 엉덩이도 보이니까.
독자는 보던 말든 서로 누군지 모르니까 여의치 말고 하던 행위를 계속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기서 오줌 누는 아줌마의 상공에서 바람을 일으키면 어떻게 될까? 아마 민원을 제기하면 목욕 값과 세탁 비를 물어야할지도…….
봄날은 저공으로 비행하며 들과 산에 파릇파릇 새싹이 나와 나날이 푸른색으로 짙어지고 꽃들이 피는 광경을 보는 재미고
여름엔 고공에서 산천의 푸른 초목
가을 역시 고공에서 북쪽으로부터 남으로 산꼭대기로부터 산 아래로 내려오는 단풍의 변화
겨울엔 나무들의 앙상한 가지 사이로 속살까지 들어내나
온 산천이 눈으로 하얗게 덮인 광경을 고공에서 한눈에 보는 일반 사람들이 보지 못한 광경을 경험한다.
이런 경험을 하는 사람은 좀 드물 것이다.
나는 광명동굴과 원미산 등 많은 인파가 모인 장소에서 헬기의 비행특성을 보여주기 위해 하강풍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 위치 상공에서 제자리비행을 한다. 비행 중 계속해서 산불예방 계도방송을 하기 때문에 제자리비행 중에는 산불예방 홍보효과도 증대될 것이다. 상하로 고도를 변경시키고 좌우로 또는 앞뒤로 그리고 제자리 회전 등 헬기의 장점을 보여준다.
혹자는 묘기비행을 하는 것으로 알지도 모른다. 사람은 보이지도 않고 누군지도 모르는 나에게 찬사를 보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들의 반응을 상상하며 나름대로 즐긴다.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 준다. 특히 손을 흔드는 사람은 남자들 보다는 여성들이 많고 아동들이 손을 흔들 때는 헬기에 경사를 주어 그들이 보기 좋게 나도 조종실 안에서 손을 흔든다. 그럴 때 마다 뿌듯하기도 하고 내가 누구다 라고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밤비바켓(물 뜨는 바가지)을 달고는 묘기비행을 할 수 없다. 헬기와 밤비바켓이 따로 놀기 때문이다.
헬기의 제자리 비행은 보는 사람은 대수롭지 않은 조종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조종사는 풍향풍속을 고려하되 특히 풍향을 마주보고 정지해야한다. 양 발로는 페달을 이용 방향 조종을, 한쪽 손은 콜랙티브로 엔진의 파워를, 그리고 나머지 한손은 조종간을 잡고 경사를 조종해야한다.
공중에서 조용히 머무르는 제자리비행은 파워가 제일 많이 소모되고 제일 어려운 조작으로 보면 된다. 따라서 교육시 제자리 비행이 능숙해졌을 때 다른 조작숙달로 들어간다.
비행 후 뒷정리가 끝나고 또 카페로 들어간다.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내 생활은 또 하루가 저문다.
어김없이 쓸쓸한 원룸의 밤이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