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봄날의 비행 2

최재곤(집시) 2016. 4. 23. 17:39

봄날의 비행 2

 

비온 뒤 며칠 만에 한 바퀴 휘~~이 돌고 왔다.

미세먼지가 많아 내심 불쾌했으나 이리 저리 비행하며 자연의 변화와 인파를 공중에서 구경하는 재미, 그리고 지상에서 쳐다보는 나 자신이 구경거리가 된다는데 위안을 삼고 1시간 반 동안 즐거운 맘으로 비행하고 왔다. 이 지역은 전역이 야산이라, 산이라기보다 공원 같은 분위기다. 곳곳의 계곡 그리고 밭 언저리에 나물 뜯는 아낙들이 많이 보인다. 산의 나무들의 색깔은 아마도 지금이 제일보기 좋은 것 같다. 저수지 마다 가장자리에는 태공들이 낚시의 찌를 바라보느라 여념이 없다.

 

얼마 전에 산 요소요소에서 보았던 흰 꽃들은 다 떨어지고 묘득 주변에 핀 영산홍, 그리고 철쭉들이 군데군데 빨갛게 활짝 피어있다. 잘 다듬어진 능선에 조성된 묘들은 그들의 부를 상징하는 듯 하고 공동묘지에 자손들이 자주 찾는 곳에는 꽃 뭉치가 놓여있어 그렇지 못한 곳과 대조를 이룬다. 크게 둥그렇게 돌로 장식한곳 나무가 잘 자라 선비의 묘 같은 곳, 그곳엔 어김없이 제실이 서있다. 죽어서 들어가는 장소도 가지가지다.

 

계곡 족구장에 족구도 하고 학교운동장 가장자리에 텐트를 치고 행사하는 곳, 유원지 주변 음식점 주차장에는 차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고 저수지 주변 빈 장소 마다 자리를 깔고 먹고 놀고 있는 걸 보면 경제가 어렵다는 걸 무색케 한다. 광명동굴의 주차장에도 차들이 가득하다. 승마장에는 유유히 말을 타며, 야영장에도 가족과 같이 나온 아이들이 아빠손 잡고 쳐다보며 손을 흔든다. 지나는 곳마다 쳐다보고 손을 흔든다. 아이들이 모인 곳은 한 번 더 돌며 손을 흔들어 답한다. 사찰에는 초파일을 대비 벌써부터 연등이 달리기 시작한다. 나물을 뜯던 아낙도 물끄러미 한참을 쳐다본다. 내가 먼저 손을 흔든다. 아줌마는 옆 동료에게 나의 반응을 전달하는 모양 나를 향하여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동료에게 고함치는 듯하다.

 

산에는 최근의 비로 물을 먹은 나뭇잎들의 색깔이 가지각색이다. 먼저 핀 잎은 초록으로 짙어졌고 한창 피는 잎은 참 고운 연두색, 그리고 이제 움을 틔우는 나무는 연한갈색과 연두색을 섞었다. 나무들은 종류별로 군데군데 무리를 이루는 것 같다. 소나무도 짙은 초록으로 본연의 색을 찾았다. 곳곳에 태풍을 맞은 노목은 세월을 이기는 장사가 없는 듯 잎을 피우지 못하고 가지들의 끝단이 부러진 부분이 늙은 노인의 머리 같이 희게 보이고 자리만 지키고 있다. 황샌지 두루민지 무리로 나무위에 둥지를 틀고 있는 모습은 흰 눈뭉치가 녹지 않고 소복이 쌓여있는 듯하다.

 

인파가 많은 곳에서는 저공 제자리 비행하며 한 바퀴를 돌고 계속 제자리 선회하며 나선형으로 고도를 높인다. 속도를 얻기 위해 가야할 방향으로 고개를 숙이며 그 자리를 이탈하여 또 다른 곳으로 향한다. 구름산 등산로를 따라 가다가 산마루 정자에서 선회하고 또 이탈한다. 소래산 정상에서는 바람 방향으로 기수를 두고 능선 따라 옆으로 비행한다. 저속으로 비행시는 기수를 바람방향으로 하는 것이 안정된 비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는 이들은 자신들에게 보기 좋아라고 비행하는 것처럼 받아들일 것이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산속이 잘 보였는데 이젠 잎으로 많이 가려진다. 잎들이 무성해지면 숲속의 은밀?한 행위는 보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