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산행
어제(9월20일)의 일이다.
강원도 설악산 주변에 버섯이나 따러갈까 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보니 창밖에 비가 내리기에 포기하고 다시 잠을 조금 자고는 계절이 바뀌는 시기라 내 옷장 정리 좀하고 나니 하늘이 개이었다.
오후 2시가 훌쩍 넘어 어디로 갈까 시간은 별로 없고 가까운 곳으로 고민을 하다가 남양주 와부읍 덕소의 도곡리 뒷산(예봉산과 세제)을 목표로 정하고 도곡리를 지나 세제로 오르는 길 초입에서(차량출입금지 체인이 설치된 곳) 50여 미터를 가다보니 바로 좌측에 산으로 오른 흔적이 있어 그 흔적을 따라 오르면서 솔버섯, 외대버섯, 노랑다발버섯, 그리고 밀버섯을 따며 오르는데 깔딱 경사였다. 이때가 아마 4시가 넘어 산에 오르기 시작한 것 같았다.
중간에 앞으로 등산로를 개발하기 위해서인지 많은 나무들을 마구배어 눞혀 놓았는데 간혹 수십년된 철쭉고목도 함께 배어버렸다. 눞혀진 나무를 넘기도하고 돌아서 가기도하며 정상 부근에서 밀버섯을 좀 따고 이어 세제방향으로 능선을 따라 심한 up/down을 계속하며 걷는다. 세제의 위치를 놓치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애쓰며 걷는다. 능선에는 지난 태풍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었다. 아름드리 낙엽송이 넘어지고 나의 다리 굵기 정도의 소나무가지들이 힘없이 송두리체 부러져 가는 길을 막는다.
가는 길 주변의 버섯을 따면서……. 한참을 걷고 높은 고지를 지나고 통신시설 고지를 지나는데 두개의 고지에서 이정표를 보았으나 지난 태풍의 영향인지 제대로 서있지 않고 모두가 내동댕이 쳐져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주변을 돌아보는 도중에 한참 아래에서 주워다 올려놓았고 하나는 가는방향의 화살표가 반토막으로 부러져 달아니고 없었다.
나무숲 사이로 아래로 보았으나 원하는 곳 즉 세제쪽으로는 시야가 트이지 않았고 거기다가 시정은 희끄무리하게 보이는 터이라 대강 짐작으로 계속 걸을 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내려가다가 숲 사이로 보이는 전경이 세제의 정상이 아니라 마을과 들판이 보였다. 그때서야 길을 잘못들린 것을 알고 시계를 보니 5시 40분이었고 주변은 숲속이라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였다. 그때 보인 마을과 들판은 시우리 였다.
순간 당황해진다. 온몸의 전율이 달라진다. 땀은 더욱 많이 흘러 눈앞을 가린다. 연신 땀을 훔치며 숨이 가빠옴을 느낀다. 눈에 땀의 짠물이 들어가 따갑기까지했다. 이럴수록 정신을 차려야한다며 스스로 마음을 콘트롤한다. 사람이 다니는 길에는 짐승들도 많이 이용하는 모양이다. 길에는 멧돼지의 흔적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러니 더 두려워 진다. 고함을 지르고 고성방가를 부르며 휘파람도 분다. 걸음이 더욱 빨라진다. 따라서 숨도 더욱 가빠지고 온 몸에 피곤이 엄습해 온다.
그 때부터는 버섯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어서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목이 탄다. 그러나 물 한 모금 가져오지 않았다. 정신없이 오른다. 고지를 넘고 내리막은 달린다. 이윽고 무명고지에 이르니 이고지에서 어디론가 길이 있을 것 같아 헤매는데 마침 한 남자가 올라온다.
반갑게 인사하고는 세제방향의 길을 물었다. 그는 친절히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그는 계속 내가 갔던 방향으로 간다. 나는 가르쳐준 대로 한참을 내려오는데 어디선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 이제 세제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하고 거기서부터 또 밀버섯을 따기 시작한다. 이윽고 배낭에 가득 찬 것을 확인하고는 세제에서 무사히 어둠길을 내려왔다. 집에와서 배낭을 열어보니 먼저 딴 버섯들은 뛰면서 얼마나 흔들어 버렸는지 모두 망가져있었다.
하마터면 큰 고생을 할 뻔했다. 처음에 출발할 때 누구와 같이 갔으면 하고 전화를 하려다 말았는데 한참 헤맬 때는 같이 가지 못한 것을 잠시나마 후회하였다.
여러분! 산에 그것도 등산객이 없는 산에 초행길을 갈 때는 좋은 가상이 양호한 상태에서 시간을 넉넉하게 계획하던가 누군가와 꼭 동행할 것을 권장합니다.
201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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