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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산행

'13.1.21~23 한라산 산행 다녀오다.

by 최재곤(집시) 2013. 1. 26.

 

숙소는 제주 한화리조트 22일 아침 안개가 자욱하다.

날씨는 흐린 후 맑겠다는 예보였는데 한라산 정상엔 어떨까?

드디어 성판악에서 등반을 위한 출발, 언제 다시 올 기약 없는 한라산을 오른다.

세 여인을 인솔하여 어떠한 일이 있어도 같이 정상을 완주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이다.

나는 물론 이 아줌씨들도 언제 오늘 같은 기회가 있을까?

아마 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나나 이들이나 모두 오늘이 제일 젊은 날로 앞으로 가면 갈수록 등반기회는 없어질 것이다.

 

 

이번 제주에 온 동기는 여기 오기 전 주 어느 날

큰딸이 전화로 " 아빠 다음 주 월요일부터 그 주 시간 있어요?"했다.

"응 있는데" 했더니 엄마하고 재주도 갔다 오란다.

원래의 계획은 월요일 이동 화요일은 워밍업 겸 7번올래길 탐방하고 수요일 한라산 등반 계획이었다.

그러나 제주에 도착한 월요일은 서울에서 부터 제주까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기간 중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화요일만 괜찮고 수요일과 목요일 비가 온다는 예보였다.

따라서 화요일에 한라산 등반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코스는 관음사코스와 성판악코스 두개의 코스 중에 성판악코스를 오르내리기로 결정했다.

성판악코스 입구에 도착하여 현지 상황을 살피니 등반로가 눈으로 덥혀있었다.

세 여인의 아이젠과 김밥을 구매하였다.

 

09: 40분, 무리하지 않으려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오르기 시작한다.

출발시간이 늦은 셈이다. 따라서 주변에 오르는 사람들이 뜨문뜨문 했다.

얼마를 갔을까. 등산로 중간 중간에 설치된 안내판이 상세하게 잘 그려져 있었고

아울러 한라산 정상을 오르려면 진달래대피소를 12:00전에 통과해야 된다고 표기되어있었다.

 

한참을 오르던 마눌을 비롯한 여자 셋이 중도에서 포기하고 되돌아가겠다고 했다.

나는 모처럼의 기회라 언제 또 올 것이냐?

가는데 까지 가볼 것을 권유 했으나 세여인 모두 포기하겠다고 했다.

 

그들은 3키로 미터 정도 올라가다 되돌아갔다.

 

나는 또 본의 아니게 나 홀로 산행이 시작된 것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마눌 본인은 물론 그 중 한 여인이 다리가 불편하다고 했단다.

나는 그들을 되돌아가게 하고 곧 바로 통제시간이 맘에 걸려 아주 열심히 올랐다.

내가 오르면서 추월한 사람들은 끝까지 오르려는 사람들 같지 않았다.

 

진달래대피소를 통제시간 5분전에 통과했다.

되돌아간 여인들이 아쉬웠다. 여기까지만 왔더라도 이 좋은 설경을 구경했을 텐데…….

 

이곳에 온 사람들, 감탄사의 연발이다.

아무리 사진을 많이 잘 찍어도 어디 직접 본 것에 비유할 수 있으랴.

앞으로 1시간 반이면 정상이다.

이때부터 여유가 생겼다.

 

이동하면서 그리고 초입부터 내내 안개가 짙게 끼어있었으나

진달래대피소 부근부터 주변이 훤하게 걷히고 나뭇가지에 눈꽃들이 맺혀있어 그 광경은 황홀 그 자체다.

날씨 좋고 설경에 눈꽃, 참 좋은 행운을 만난 것 같았다.

 

오르는 길은 처음부터 눈길이다.

다니는 길의 밟혀진 눈의 두께는 30~60센티는 되는 것 같고

사람이 디딘곳은 단단하나 그 가장자리엔 잘못 디디면 무릎까지 빠지기도 한다.

 

다져진 눈의 얼음 덩어리 밑 지면과의 사이에 공간이 형성되고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는가 하면 그 구멍 속의 지표면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는 곳도 있었다.

 

웬만한 계단은 눈 속에 파묻혀 없어지고 표면은 모랫길을 걷는 기분이기도 했다.

돌이 깔린 바닥 흙바닥 심지어 돌계단과 데크계단까지 눈에 전부 묻혀 없어지고

단지 눈경사길로 형성되어있어서 오르내리기 편했다.

하얗고 뽀사삭거리는 힘은 들지만 기분업되는 길이다.

 

 

오르면서 중간 중간의 상황을 촬영하여 카톡으로 마눌에게 날린다.

마눌은 꼭 정상을 정복하고 오라면서 메시지로 화이팅 한다.

한번은 메시지를 날리면서 내려오는 사람을 피하려다 길 가장자리를 밟는 순간

발이 눈 속으로 무릎까지 빠지자 놀란 비명을 지르며 내 육신이 앞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이때 나의 앞뒤도 상대방의 앞뒤도 아무도 뒤따라오는 이 없었다.

그는 내가 비명을 지르며 내동댕이쳐지는 걸 봤는지 못 봤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비명소리는 들었을 텐데 그냥 내려간다.

나는 속으로 "이런 씨부럴넘 내가 지를 피해주려다 넘어졌는데 싸가지 없이 " 하곤 툭툭 털고 일어나 오르기를 계속했다.

아마 저런 넘은 이런 산악에서 다친 사람을 봐도 못본척 하고 갈넘인지도…….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 이 깊은 산에서 비명소리를 듣고도 그냥 내려 간넘 얼마나 잘될까?

 

이런 저런 생각하는 순간에는 힘든 상황을 잠시 잊기도 한다.

진달래대피소 부근에서 많은 사람들이 설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바쁘다.

나도 몇 카트 찍고는 곧바로 정상을 향했다.

대피소를 지나는 나의 뒷전에서 메가폰으로 곧 정상으로 오르는 길을 폐쇄하니 빨리 올라가라는 경고 방송이 들린다.

 

 

진달래 대피소를 통과하자마자 정상이 저 멀리 보인다.

고산이라 주변의 수목은 키가 작아서 시야가 확 트인다.

발 아래로 보이는 사방이 구름이다.

구름위의 산! 그 산에 내가 서있다.

구름위의 하늘은 맑고 그 하늘과 정상을 바라보는 마음은 그야말로 상쾌 상쾌하다.

그 표현을 어찌 이 글로 할 수 있으랴.

아래로는 뭉게구름이 바람에 넘실거리며 흐른다.

엷게 뚫린 곳으로 평지가 희미하게 보이기도 한다.

아!!!! 감탄사의 연발이다.

 

그냥 이곳에 영원히 머무르고 싶다.

넘실거리는 구름이 눈꽃속의 나!

그대와 같이 영원히 머물러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아니 여기서 굳어 버리고 싶다.

"하느님이시어 나 여기서 굳어버리고 싶습니다."

 

아차, 처자가 생각난다.

그 중에서도 마누라 걱정이다.

아니 내가 여기서 굳어지면 마누라가 나 보러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을까?

또 올라오다 포기하고 돌아갈까?

만약에 올라오면 나를 보고 뭐랄까?

좋은 곳에 잘했다고 할까?

아니면 이곳에 언제 다시 당신 보러오나 라고 원망할까?

아서라, 아예 오지 않을지도 모르지

암 아마 오지도 않을 것이야 힘드는데 왜 올까?

평소에 잘 해준 것 없이 애간장만 태웠는데…….

최근에 와서야 그것도 집에 있을 때 식기세척기 노릇한 것 밖에 없는데 ㅎ

 

등반 시간은 09:40분에 출발하여 15:45분 하산으로 6시간 5분이 소요되었다.

중간에 별도로 쉰 시간은 없었고

촬영한 시간과 정상에서 20여분간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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