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방제 경험기
기 장 최 재 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매사에 합리적으로 원칙과 신뢰를 중하게 여겨왔다. 민항에 들어와서도 회사의 특성을 고려하여 상대방 즉 고객만족 중심의 운영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임무를 수행한다. 여기서 특히 상호 신뢰는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우선 자기 자신을 신뢰할 수 있는가를 질문해야한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신뢰를 받도록 노력해야한다. 내가 소속된 회사 또한 내외적으로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회사이어야 내가 어디 가서도 이 회사에 몸담고 있는 “아무게 올시다.” 라고 떳떳하게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거창에서 항공방제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고객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찌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늦게까지 불만 없이 요구하는 데로 실시함으로 해서 자신과 회사의 신뢰 구축을 위해 노력하였다.
• 08. 7. 3일(준비)
지난 6월 말경 경남 거창군의 밤나무단지 항공방제 임무를 예상하고 여러 가지 자료를 검토하고 나름대로 분석하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차에 회사의 권유로 유경험자의 조언을 듣기로 하고 최이강 기장과 같이 산림항공소속 박모 기장을 서울 모처에서 만나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먼저 박기장의 경험을 듣고 질의응답 식으로 대화를 나누고 와서 본인 나름대로의 정립은 군에서 배운 등고선비행과 침투비행술을 적용할 것으로 결심했다.
• 08. 7. 7일(전개)
거창한 기대를 가지고 거창에 도착하는 그날 신원면 정치장에서 익일작업에 대한 브리핑을 마치고 예찰을 실시하는데 먼저 지형의 방향감각과 골짜기의 형태 등 지형을 익히는데 주력하고 동시에 밤나무의 위치들을 도면과 대조하면서 머리에 그림 전체를 집어넣으려고 애섰다.
저녁에는 군청, 군 농협, 신안면 농협, 산림조합 등 관련요원들과 저녁을 같이 먹는데 그 중 한사람(직책이나 이름 등 모름)이 언제 밤나무 항공방제 해봤습니까? 고 질문을 하기에 “처음입니다”라고 대답하니까 어째 좀 깔보며 비꼬는 눈치로 고추 먹은 소리를 내면서 “애럽을낀데요” 한다. 이 사람은 우리가 처음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넌지시 떠보는 눈치였다. 이때 최이강 기장이 ”지금까지는 아마추어가 한거고 우리는 프로니 하는거 한번 보시면 알겝니다“ 하고 자신있게 대답한다.
밤에 최기장과 같이 도면을 연구하고 여러 각도로 서로의 의견을 나누면서 방제카드를 꼼꼼히 작성하고 일찍이 잠자리에 들었으나 익일의 임무에 부담을 느끼고는 영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물론 잠자리도 바뀌고 모기 한 마리가 앵앵거려 그놈 잡느라고 약을 뿌리고 다시 누웠으나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이 잠을 이루고자 하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했다. 한참을 설치다 보니 후텁지근하기에 다시 쌰워를 하고 누워 있다가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몰랐다.
• 첫째 날 7.8(비행 : 최재곤)
※ 거창지역 기상 : 폭염주의보 발령상태(34℃)
드디어 첫 경험 하는 날, 지난밤에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고 새벽 4시20분 헨드폰의 모닝콜 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났다.
4시 50분에 모텔 바로 앞의 24시 식당에서 해장국에 밥 반공기로 간단히 먹고 정치장에 도착하자마자 지상 종사자를 대상으로 과거 사고사례 위주로 작업 간 안전교육실시한 후 준비상태를 확인하고 이륙하여 먼저 양봉, 토봉 지역을 우선으로 실시하는데 처음에는 우선 전체적인 방향감각과 장소식별이 어려우니까 착륙 즉시 짬짬이 도면 확인에 치중하다가 6~7회 정도 비행 하였을 때 입안이 미끄럽고 매스꺼웠으며 머리가 악간 띵 하는 느낌 즉 현기증이 났으며 동시에 배고픔까지 느꼈다.
지상에는 강열하게 내리쬐는 햇볕아래 그늘도 없는데서 고생하고 있었다.
현기증이 나타난다고 의식했을 때 이러다가 오늘 계획량을 못할 것 같은 마음이 들어 이 때 부터 착륙하자마자 조종실문을 열고 심호흡을 하는 동시에 물을 충분히 자주 마셨다. (이 때 지상에서는 나를 안쓰럽게 보는 것 같았다)
물론 지상안전통제관에게 어렵다고 의사 표현 했다. 그러나 내 심정을 모르고 웃는다. “아이 씨 약 먹었다” 하고는 꾹 참으면서도 한편으로 도저히 안 될 경우 중단할 시기를 고려하면서 실시하는데 15회에서 20회 정도에서 좀 적응이 되어가는 것 같은 감을 느꼈고 11시를 넘었을 때 아! 무난히 마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지상 안전통제관에게 이제야 몸이 풀리는 것 같다”라고 현재의 컨디션을 약간 농이 섞인 어조로 통화하는 여유를 갖게 됐다.
이날, 마치고 헬기에서 내렸을 때 온 몸과 옷은 땀으로 범벅되었으며 특히 항공기 좌석벨트와 바지가 닿은 부분이 때로 얼룩져 있었고 몸에는 양말의 고무부분, 허리의 벨트부분, 방석과 닿은 허벅지 부분의 피부가 땀띠로 벌겋게 얼룩지고 그 부분이 가려웠다. 물론 약국에서 약을 사다 바르고 있다. 그날 당장 시장 통에서 바람이 잘 통하는 방석을 하나 구입해서 조종석에 비치시켰다. 저녁뉴스를 보니 거창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였다.
지난해 이 무렵 나는 나의 체력을 확인하고자 매우 더운 날 먹을 것을 챙기지 않고 북한산을 오른 적이 있었는데 산 정상에서 남이 마시는 물이 얼마나 마시고 싶었는지 모른다. 물이라도 가져올 것을 하고 후회한 적도 있었다.
그날 힘든 것과 같이 이날도 무척이나 힘들었다. 이 날은 정말 힘든 하루였다고 아마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물론 한 번도 쉬지 않고 임무를 마쳤다. 바로여기에서 거창군 관계자들이 놀라 부렀다.
이날 임무를 시간대로 보면
- 4시 30분 기상
- 4시 50분 식사
- 5시 20분 현장 도착, 작업요원 안전교육, 현장 확인 및 항공기 점검
- 5시 50시동
- 11시 45분경 총 30회로 스프레이 종료(비행시간 : 05+55)
※ 첫날은 정치장에서 실시
• 둘째 날 7.9(비행 : 최이강)
※ 거창지역 기상 : 폭염주의보 발령상태(35℃)
이 날은 안개로 9시 40분경 시작하여 둘째 소티 뿌리다가 ENG CHIP 경고등 점등(1차), 해당 CHIP을 찾아 조치완료 후 2시간 40분쯤 비행했는데 또 ENG CHIP 경고등 점등(2차), 같은 방법으로 해소 후 이륙, 상승 하자마자 또 ENG CHIP 경고등 점등(3차)으로 21회 실시하고 13시 10분경 작업 종료했으나 회사에서 출장 정비 온 김정환 과장과 정비하는 현장에서 오후 6시 40분까지 머무르다보니 모두가 지쳐버린 하루였다.
• 셋째 날 7.10(비행 : 최재곤)
※ 거창지역 기상예보 : 폭염경보 발령(36℃)하에 실시
시작하는 시간이 늦다는 관계로 기상시간이 30분 당겨지고(04:00) 아침 먹는 시간이 20분(04:30) 당겨졌다. 이미 지난 밤 매시 마다 뉴스에 “거창지역 폭염경보 발령”이라고 보도되어도 어느 누구에게서도 작업을 중단하라는 통보를 받지 못하였고, 내가 오늘 같은 날 사람 잡는다 . 하지 말고 연기하자고 지자체에 이야기 해봐도 동의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내가 못하겠다고 단호히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이는 회사에서 출발 시 금년에 밤나무 방제를 처음 실시하는데 앞으로 많아질 것 같으니 고객만족을 염두에 두고 응해 줄 것을 당부 받았기 때문이다.
이날 역시 시작 9회 쯤 해서 입안이 미끄럽고 매스꺼우며 현기증이 나며 물론 배고픔도 느껴졌고 해서 좀 쉬었다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마침 최이강 기장에게 어제 뿌리다 못 뿌린 지역 먼저 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임무를 교대했다.
최 기장이 어제 남은 6회를 마무리하는 동안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여 이 날 예정 분량 30회를 마치니까 12시 40분이 되었다. 물론 중간에 간식이나 새참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허기진 상태에서 임무를 수행하였다. 특히 조종사는 비행임무 중 배고픔을 느껴서도 안 되는데 말이다.
• 넷째 날 7.10(비행 : 최이강)
참도 없이 14:20분까지 임무 수행
최이강 기장 마지막 임무 마치고 시동을 끄더니 얼굴이 벌개져서는
“아이 씨 참도 없이 지금까지 너무 한다”
군청관계자 “하머 끝날까 하머 끝날까” 해서 준비 못했단다.
이날의 현장은 한 쏘티가 20~25분 정도 소요되는 양 사방 흩어진 곳이었기 때문에 쏘티 수는 적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후 기
이번 임무는 나와 최이강 기장이 하루씩 교대하여 수행하기로 하고 7.8일과 10일은 내가 실시하였으며, 첫날인 8일 해당 신원면 농협조합장이 하루 종일 현장에 같이 있었는데 잘해줘서 많은 농민들로부터 이번 방제 잘한다고 칭찬을 받았단다.
7.9일과 11일은 지상에서 안전요원으로 임무를 수행하면서 해당 관계요원과 주민과의 대화에서 많은 칭찬을 받았다.
거창군은 10여년 이상 항공 방제를 해 왔는데 이번과 같이 잘해 본 적은 없다는 것이다.
약과 물을 주입하는 사람들이 내보고 들어라는 식으로 반복하면서 “거창군에서 기장님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해야 될낀데” 하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임무는 성공적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임무 조건이 악조건이라서 고생을 많이 한 것 같다.
1. 날씨가 너무 더웠고(기간 중 폭염 주의보 및 경보발령상태)
2. 충분한 지형 숙지비행이 부족
3. 배고픔을 느끼면서 장시간 비행
11일 복귀하였고 바로 집에서 쉬었는데 12일과 13일 양일간에 계속 잠만 자고 또 잤다.
☛ 아찔했던 순간
상황조건 : 계곡을 상승하면서 뿌리고 거의 꼭데기(능선중 낮은곳)
직전에서 스위치를 off 우선회 강하하자마자 또 스위치를 on 해서
하강하는 능선으로 비행 하는 구간
비행조작 : 파워를 사용하여 50~60낫트로 상승, 계곡의 끝단에서
스위치 off 하면서 우선회를 하는 도중 즉 사이클릭을 우로 작용시켜
야하는데 엄지손가락이 스위치로 가있었기 때문에 순간 사이클릭이
느슨해져서 사이클릭을 놓쳐버리는 결과 초래 이때의 좌는 상경사
우는 하경사 좌전방에는 장애물
· 교훈 및 착안사항
1. 밤나무 단지는 전체적으로 산악지형이다.
2. 도면대로 군데군데 찾아가고 식별하기가 어려웠고
3. 장소별 실시간 비행방법을 결정하기가 어렵고
4. 바람의 영향으로 계곡의 와류에 의해 돌며 공중에 정체하고 있는 약물회피가
어렵다.
(계곡마다 바람 방향이 다르며 와류가 형성됨 : 자연으로 생성되는 것과 앞 비행에서 생성된것)
5. 더 중요한 것은 속도와 파워유지에 있다고 판단되었다.6. 능선을 넘을 때 갑자기 닥치는 장애물에 주의가 요구되고
7. 스위치 작동시에 순간 조종간을 놓칠 우려가 있다.
(스위치 조작 중에 지형이나 장애물과 관련하여 조종간을 우로 적용시)
8. 임무 강행여부는 무조건 기장에게 있어야한다.
(실시 중 약물 중독은 본인만 알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컨디션일 때 해야 한다.)
9. 혹서기에 1인 일일 방제량은 200ha 또는 20회로 제한이 요구된다.
· 결 론
1. 한 마디로 어렵다. 침투비행술을 적용해야 되기 때문이다.
2. 방제를 제대로 하면 조종실에 들어오는 약물을 회피할 방법은 없다 .
이를 회피 하려면 고도를 높여 정숙비행을 해야 하는데 그럴 수는 없기 때문이다.
3. 등고선 또는 침투비행술은 항공기에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 .거의 80~90%는 전술지형비행술이 적용된다.
4. 침투비행술은 비행술의 종합으로 어느 임무보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임무다.
고도와 속도가 비행 중 항상 Dead zone 범위 내의 장애물에 근접하여 비행하기
때문이다.
5. 부단한 주의력 분배로 지속적인 조종간의 수정 이 요구된다. (일정고도 유지와 장애물 회피 조작)
· 종합의견
나는 육군항공학교 정비학교관, 표준조종교관, 정비시험비행과정교관, NVG 적용 조종사의 경력과 육군본부에서 4년간의 항공기사고조사분석 업무 및 1년간의 항공스포츠계에 종사한 경험을 기준으로 조종술에 대하여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이 임무는 조종사 대상으로 파격적인 조치가 요구된다.
나는 이번 임무를 고도는 장애물로부터 3~10m, 속도는 40~60낫트로 비행하였으며 오랜만에 초긴장 상태에서 나의 모든 조종술을 발휘하여 극도의 스릴을 느끼며 조종을 해 보았다.
다른 모든 임무에 비해 종합 조종술의 발휘라고 생각한다. 일반 스프레이는 초저공 수평비행이라면 밤나무 방제는 초저공 NOE비행 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항공스포츠를 좋아하다 보니 조종하는 것을 스포츠로 생각하고 임무에 임해왔다. 그러나 앞으로 개인적인 생계수단으로 이 임무를 수행할 생각은 전혀 없다. 물론 스포츠로 생각하고 해볼 만도 하지만.
2008.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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