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길에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났는데
어릴 때 이맘때면 밤새~도록 이불 뒤집어쓰고
아랫목으로 기어들고 들어가 어른의 발치에서 쪼구리고 늦잠 자고 있는데
엄마가 밥 먹고 학교가라고 좋은 말 할 때 일어나지 않고 있다가
이불을 확 걷어치우면 그제서야 반쯤 떠진 눈으로 부시시 일어나
후다닥 외양간으로 나가
새벽에 아부지가 소여물을 끓이다가 김이 날 때
솥뚜껑을 열고 내용물이 고루고루 익어라고 고루고루 섞고는
솥뚜껑을 뒤집어 덮고 거기에 찬물을 부어 놓으면
물이 데워지는 지라 나는 그 따뜨무리한 물을 통나무 나무바가지로 두어 바가지 떠서
간단히 세수를 하고
얼른 뚝딱 고봉으로 담겨진 밥 한 그릇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책 보따리 허리에 차고 골목길을 나서다가
친구네 담 너머로 “야! 학교가자” 하고 불러내어
동네 어귀의 해가 뜨면 따뜨무리한 담 모퉁이에서
다들 모일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딱지치기를 하다가
(어떤 넘은 가스나들 고무줄 놀이하는데 가서 고무줄 끊는 넘도 있었지))
동네 어른이 나와 “야! 이넘들아 핵교 안가나!” 하고 고함치면
길이 아닌 보리논을 가로질러 냅다 뛰어가곤 했다.
어제 만난 친구들이 그때 그 친구들을 만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