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 훈련?
따뜻한 봄날 조용한 어느 농촌의 마을 어귀에 간이 헬기장이 설치되어있고
남의 땅 밭둑에 시원해 보이는 긴 세월 동안 바람에 스치고 스쳐 끝단이 헤진
푸른색 바탕에 짙지 않은 체크무늬의 텐트,
겉은 그럴싸하나 안은 땅이 꺼지고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의 좁은 곳,
밖으로 늘어뜨린 햇빛 가리게 밑에 색이 바랠대로 바래진 적당하게 긴 탁자
그리고 두 개의 의자, 영양분이 박하여 뜨문뜨문 서있는 키가 1m 정도의 야윈 잡초,
나의 기억에는 없는데 누군가가 나에게 언제인지 모르지만 내가 쳐놓은 것이란다.
날은 야외 활동에 아주 좋은 봄날이었던 같다.
나는 그곳을 찾았고
평소에는 이런저런 핑계로 촌에 가는 것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던 두 딸도
그 날은 여유가 있었는지 그곳으로 왔었다.
둘은 여느 때 보다 매우 다정하였고 그날따라 아주 예뻐 보였다.
(물론 예쁘지, 둘째는 지금 아나운서 하고 있으니까.)
잠시 밖에 나갔다오니 텐트 안에 내 또래의 낮선 사나이가 잠을 자고 있었고
밖의 간이 헬기장에는 여러 사람이 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잠자는 사람에게 왜 여기 들어왔느냐며 깨웠는데
“우리장인어른, 우리장인어른” 하며
밖으로 뛰쳐나가자마자 헬기는 도착하였고 마침 그도 그 타임에 맞추어진 것 같았다.
텐트로 가는 길은 넓다란 야지이면서도
한 사람이 걸을 정도의 좁은 길의 좌우는 잡초들이 무성한 오솔길이었는데
입구 맞은켠 경사진 언덕배기의 굴곡이 심한 밭의 한 구석에
어떤 아이가 난장이 고추나무에 달린,
하늘로 끝을 곤두세운 통통하게 살이찐 고추를 두 손으로 마구잡이로 훑듯이 따서는
젊은 청년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다.
나는 이 꼬마가 청년들의 강압에 의해 따 주는 줄 알고
”예 이거 너의 것이니? “ ”예 제가 키운 건데요“ 하기에
그냥 지나쳐 들어가니 두 딸이 텐트옆 저만치서 서성거리기에
”이 텐트가 아빠가 쳐놓은 거란다.“ 하고 의자에 앉기를 권하고는
안을 들여다보니 텐트안의 바닥이 꺼져 저만치 아래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잠시 후
9살 정도의 꼬마 아이 서너 명이
하늘로 쳐다봐도 끝이 보이지 않는 80도 정도의 바위 절벽 계곡에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 모르지만
다 썩어있고 긴 세월동안 위에서 흘러내린 흙과 자갈들이 쌓인
폭은 겨우 사람 몸통 두 배 정도이고 앞으로 나온 면적은 어른의 몸통두께 정도로 만들어진
등반용 테라스 계단을 줄을지어 쏜살같이 기어오르는데
서너 명은 눈 깜짝할 사이에 오르고 말았다.
그들이 오르는 순간 그 테라스는 휘어지며 그 위에 쌓였던 흙자갈이 우르르 쏟아지면서
망가지기에 나는 그들에게 고함을 치려했으나 이미 상황은 끝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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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새벽 5시.
방이 추워 나도 모르게 침낭속으로 기어들고 또 기어들다 보니
나의 몸은 침구전체와 같이 바닥이 찬 벽까지 옮겨져 있었다.
통상 잠들기 전 잠이 안올 때 침낭속에서 Pocket PC로 개임을 하다 잠들곤 했기 때문에
항상 나의 머리맡에는 돋보기안경과 Pocket PC가 놓여져 있다.
나는 이 시간에 또 개임을 하다가 다시 잠들었다가 6시의 알람소리에 일어났다.
ㅎㅎㅎ 나는 요즘 입춘이 지난 우수를 전 후 하여 야전 텐트 생활과 같은 혹한 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다.
2010.2.21 새벽 안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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