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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

내가 벼락을.....

by 최재곤(집시) 2010. 3. 15.

 

내가 벼락을 쳤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은 2층으로 지어진 건물에 정문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좌측으로 네 개의 계단을 올라 우로 90도 방향을 바꾸어 건물 벽을 따라 우측으로 16개의 계단을 올라가는 2층에 있다.

 

2010년 2월 11일 나는 날이 꾸리무리한 날 오늘 비행이 가능할까? 의심을 하면서도 아침 일찍 동서울에서 6시 10분차로 출발하여 8시 30분경에 사무실에 도착하였다. 하루 종일 눈과 비가 오락가락하는 짜증스런 날씨였다. 어제도 왔다가 허탕치고 갔는데 …….

이런 날 내가 벼락 때리는 현장에 있은 적이 있었다.

 

내가 육군항공학교에 있을 때의 일이다. 육군항공학교는 조치원에 있었으며 본청은 2층으로 1층 중앙현관을 들어가면 바로 우측 첫 사무실이 나의 사무실 정작과 였다. 당시 나는 매일 일과를 오후 4시 30분에 종결하였다. 17시가 업무 끝나는 시간인데 나머지 30분은 그냥 사무실의 의자에 앉아서 또는 서성이면서 하루 일과 중 빠트린 것이 없는지 내일 모래 곧 다가올 업무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 이었고 17시 정각이 되면 바로 퇴근하였다. 개인적으로 청주에 야간 학교 갈려고 말이다.

 

내 책상은 창을 등지고 앉아야하는 방향이고 내 책상 앞에 마주보는 두 개의 책상이 놓여 있었고 북쪽 벽에 철재 캐비닛이 여러 개 진열되었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역시 꾸리무리 한 날이었는데 정 남향인 창문은 열려있었고 나는 내 의자에 앉지않고 캐비닛을 등지고 남쪽을 향하여 창밖의 운동장 넘어 먼 들판 건너의 산의 공제선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내가 서있는 인조석 바닥 경계 신주에 열려있는 창문을 통해 얇은 한 가닥의 불꽃같은 것이 번쩍하고 빛의 속도로 창턱을 넘더니 바닥의 그 신주에 따닥하고 때린 후 캐비닛의 손잡이를 때린다. 벼락이었던 것이다. 나는 바로 내 발 곁에 벼락이 때리는 것을 보았다. 그때의 그 벼락이 때리는 것 같이 내가 왼손 수도로 계단을 때렸다.

 

점심시간이 되어 점심을 먹으러 가려고 운항실 계단을 4개의 계단을 한꺼번에 신속히 내리뛰는데 아마 한번 뛰고 두 번째 뛰었던 것 같다. 착지할 때는 동시에 두 개의 계단을 활용한다. 좌측 발을 위 계단 우측 발을 아래 계단으로 말이다. 통상 우측 잡이는 그렇게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몸의 무게가 적절히 분산되어 다리에 미치는 무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단에 착지하는 순간과 다시 뛰려는 찰나에 계단 끝단의 신주로 된 논슬립에 구두의 뒤창이 걸리면서 다리가 꼬여 자세가 휘청하는 순간 조건반사적으로 낙법을 하려고 상체를 낮추었으나 상체는 관성으로 저만치 아래로 그냥 페데기 쳐지고 말았다. 이 짧은 순간에도 만감이 교차한다. 나는 다치면 안 되는데 하는 심정 말이다. 내 대신 교체해줄 조종사가 없다. 금년에 칠곡과 성주지역에 산불진화 임무가 추가되는 바람에 이미 다들 산불대기 현장으로 나가고 안성만 남은 셈이었다. 안성에는 B-206으로 내가 가야 한다는 것이다. 운항관련 요원이 내가 아니면 안성에 나갈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구르는 형태는 옛날에 배운 낙법자세로 들어가긴 했는데 마음뿐이지 워낙이 경사진데다가 상체의 속도가 있어서 그냥 깨구락지 패대기치듯 순식간에 7~8개의 계단을 넘어 출입문 쪽의 90도로 꺾어지는 계단까지 구르다 벽 때문에 벽에 몸이 부닥치면서 멈췄다. 구를 때의 나의 기압소리와 바닥과 나의 손이 부닥치고 구두가 부닥치는 소리는 요란하였고 그 소리에 1층의 모든 시선은 나에게로 향했다. 나는 엉겁결에 툭툭 털고 일어나 아무렇지도 않은척 했으나 내심으로 그 아픔을 참느라 애썼다. 이렇게 패대기쳐진 것은 하루 밤을 자봐야 아는데.... 내일 내 몸에 과연 어떤 현상이 나타날는지 궁금하였다.

 

그럭저럭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서 다리부분이 쓰리기에 여직원이 보는 데서 다리 부분의 바지를 걷어 올리니 좌측 무릎아래 종아리 외측 면이 30여cm 길이에 폭 10여cm 정도가 벌겋게 까져있었다. 얼른 여직원이 연고를 발라주었다. 순간 왼쪽 수도부분이 아프긴 하였고 엉덩이의 꼬리뼈 하단 두덩사이에도 많이 충격을 받았으며 허리의 좌측 요대가 지나가는 부분이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 그러나 좌측 손의 수도부분은 아픔이 가시지를 않는다.

 

며칠 전 혹시나 하고 시청직원에게 문의하여 안성의 외과를 찾았다. 들어가자마자 이리 찍고 저리 찍고 X-RAY를 찍어대더니 별 탈은 없다고 하며 약을 지어준다. 그러나 한 달이 다 되가는 지금도 왼손의 수도부분이 아파서 팔굽혀펴기 등의 운동을 못하고 있다.

꼬리뼈 부분에는 상처가 생긴 지도 모르고 목욕할 때 문질러버려 그곳이 덧나는 바람에 한동안 의자에 바로 앉기도 똑바로 누워서 자지도 못했다. 이젠 다 아물었는데 손의 후유증은 아마 앞으로 6개월 이상은 갈 것 같다.

 

여러분 매사에 조심하시고 운동도 욕심을 내지 마시길…….

나는 그날 벼락치듯 내리친 왼손 수도부분이 아직도 아푸다.

 

2010.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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