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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솔향기

by 최재곤(집시) 2010. 3. 31.

솔향기

 

육군항공사령관이 군 동기생이다. 자랑스럽다. 그는 39년 군 생활을 하고 전역을 며칠 앞두고 있다. 곧 전역식을 앞둔 터라 안부전화를 했다.

사령관은 다짜고짜로 내 지역에 왔으니 전역 전에 장호원 부원고등학교에 선생님으로 있는 동기생과 같이 식사한번 하잔다. 그 선생님은 2년간의 교육기간 중 나의 바로 옆에서 같이 생활했다. 나는 교번이 6066번, 그 선생님은 6067번 이었다. 물론 사령관도 같은 중대로 한 막사에서 같이 생활했고 우리 기생 중에 제일 많이 고생한 중대다.

선생님은 일찍 군 생활을 접고 후배양성의 길을 선택하여 지금도 훌륭한 선생님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

 

날은 3월 30일 19:30분, 죽산에서 진천으로 넘어가다 안성CC를 지나 죽산 휴게소를 지나자마자 우측의 “솔향기”에서 식사하기로 하고 갔다. 나도 바쁘고 아니 바쁘다기 보다도 이렇게 출장이 잦으니 많은 기간 만나보지 못했다. 그 동안 여러 모임에 내가 참석을 못했다.

 

긴 세월의 추억인지 뭔가가 머리에서 돌아간다.

지금 까지 나도 같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군 체질이었던 같다. 다만 너무 원리원칙인 것이 흠이면 흠이었는지도…….

지금도 가끔 나는 주변으로부터 FM이란 말을 듣는다. 그리고 아직 군인정신이 그대로다.

이 군인 정신을 빨리 버려야하는데 그게 안 된다. ㅎㅎㅎ천성도 그런가봐.

그래서 마누라도 관공서에 같이 가지 않으려고 한다.

맘에 안드는 것이 보이면 지적을 하기 때문이다. 나의 성질이 잘못을 보면 지적을 해 줘야 직성이 풀리니…….

 

아마 나를 우리나라 행정기관의 감사역을 맡겼다면 관련요원들이 괴로울 것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불만이다. 길거리의 간판으로 부터 전봇대의 위치, 공사의 우선순위, 각종 복구공사, 행정 서류의 서식, 일 처리 기간, 등등

그래서 지금도 각 관공서의 홈페이지와 신문고를 가끔 이용하기도 한다.

아직 민간 항공업무분야에도 시정해야할 사항이 너무도 많다.

 

우리 직원 중 젊은 친구가 지난 27일 해양경찰청에 체용시험을 치렀는데 발표일이 어제(30일)다. 그런데 어제 하루 종일 홈페이지를 열어놓고 마지막 클릭을 하면 “준비 중”이란 메시지가 뜬다. 아마 이번 군함 침몰사건 때문에 결제를 못 받은 것 같았다.

 

이는 실무자가 미리 예견하고 서둘러 결제를 받든가 아니면 메일을 사용하여 각 개인에게 통보해 주든가, 핸드폰에 메시지를 보내든가. 홈페이지에 “준비 중” 대신에 사정 사연을 올려놓든가 해야 되지 않을까? 이런 것들을 보면 아직도 우리 관료들의 의식 개조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는 증거라 생각된다.

 

만약에 좀 심한 이야기가 될지 모르지만 안 그래도 이제 갓 졸업한 젊은 사람들이 직장에 못 들어가 야단인데 나 같으면 이 때 우리 공직자들 비리나 근무 태만 등이 발각되면 바로 도태시키고 새로 뽑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하여간 간판이 솔향기답게 입구인 주차장부터 주변에 소나무를 위주로 잘 조성해 놨다. 특히 밤이라 조명이 받쳐주었는지 분위기가 좋았고 음식은 한식으로 속이 거북할 정도도 아니고 적당한 양으로 다양하게 차려졌다. 연인들이 많이 찾아올 것도 같았다. 전통 막걸리, 산체비빔밥에 목이버섯, 가지, 더덕, 황태찜, 전, 등이 곁들여진 밥상 앞에서 셋은 지난 이야기를 하며 식사 시간 치고는 꾀 많은 시간을 같이하고 왔다.

 

 

항상 푸르고 항상 향기를 내품는 솔

오랜 세월에도 그 자태는 조용하고 엄하며

모진 비바람에도 의연한 솔

 

언제나 변함없는 솔향기

그 향기 속으로 잠시 다녀왔습니다.

 

 

 

 

2010.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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