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엄마 생각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난다. 온몸이 확 달아오른다.
기분이 이상하다. 속까지 이상해짐을 느낀다.
나는 이 때 ‘노순자 작 소설가의 집’이란 단편 소설을 읽고 있었다.
그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엄마 그리고 두 이모가 어릴 때 살던 팔판동에
이젠 흔적조차 찾기 힘들 정도로 변해버린 옛집이 있었던 곳에서
옛날 기억을 되살리려고 노력하는 내용들이다.
어서 컴퓨터를 켜고 앉았으나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한참을 망설인다.
내가 어렸을 때 살았던 곳에 지난 6월 초에 비행하고 왔다.
임무지가 포항이라 마침 오가는 경로 상에 고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몇 바퀴를 선회하고 돌아왔다. 어릴 때의 흔적은 아예 사라지고 없다.
위치조차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것이 55년 전쯤일 것이다.
나는 일제 강점기 때에 막은 심곡지라는 못 안에서 7살까지 살다가
면 소재지 부근에 아버지가 직접 지으신 곳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초등학교로부터 1.5 키로는 될 것이다.
아마 부모님이 나를 생각해서 학교 가까운 곳으로 나오게 된 것 같다.
나는 엄마가 유명을 달리할 때까지 어머니라 부르지 않았다.
같은 의미이면서도 느낌이 많이나 달랐기 때문이다.
엄마는 젖을 물고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고
어머니는 사위나 다른 친구들이 부르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엄마와 인생에 대해서 엄마의 삶에 대해서 한참의 시간도 가져보지 못했다.
어차피 가는 인생이지만 나의 엄마에 대한 살아오면서 갖가지 겪는 생각들을 들어보지 못했다. 그저 내 삶에 급급하다는 핑계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에 와서 표현을 못할 정도로 아쉽다. 불현듯 내 가슴을 옥죄어온다.
갑자기 소설을 읽다가 엄마가 생각났고 기억이 가물가물한 그 못 안의 생활이 궁금했다. 엄마와 아버지는 분가하지 않고 그 집에서 같이 살았던 것 같다.
어릴 때의 기억으로 다른 이웃에 세배 간 기억은 있어도
당연히 기억해야할 내가 자라던 곳의 기억은 없다.
기억이라곤 전부 주변의 것들뿐이다.
저수지에 세우 잡이 망태 들여놓고 물가에 밀짚자리 깔고 그 곁에 모깃불 피워놓고
잠도 자고 놀던 기억, 비가 많이 올 때 옆집으로 가는 길이 물에 잠기기도 했다.
우리 집은 그 길에 축대로 쌓아 조그만 마당 안에 단칸짜리 두체의 집이 있었고
사랑채 곁에 디딜방앗간이 있었다.
그 축대엔 복숭아나무가 목이 말랐는지 온 가지를 저수지 안쪽으로 휘 늘어져 있었다.
그 복숭아나무 아래를 돌아 우측 집에 자주 심부름을 가곤 했다.
아버지가 집을 지으실 때 4키로 정도 되는 거리를 따라다녔고 집짓는 곁에서 놀았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계셨고 삼촌 둘, 거기에 나보다 한 살 어린 고모도 있었는데
그 집에서 엄마와 아버지 그리고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그게 궁금하다.
그러나 그 궁금증은 이제 풀길이 없다.
이젠 그 때의 상황을 말해 줄 사람이 없다.
그런 답답함이 내 가슴으로부터 뇌리에까지 한꺼번에 치솟는다.
그 때의 여인들은 말없이 끝까지 참으며 같이 살았고
우리세대엔 말은 없어도 같이 살지 않았고
요즘은 생각대로 사는 것 같다.
밥 먹으란다.
오랜만에 작은 딸하고 셋이 같이 먹는다.
거창에서 부쳐온 홍감자를 체에 갈아 똥그란 전을 부친다. 내가 부친다.
국은 추어탕이다.
시장에서 미꾸라지를 사와서 머리를 떼어내고 내장을 제거하고
소뼈를 끓여 육수를 만들었다고 한다. 진짜배기 아닌가!
딸이 먹어보며 “이렇게 맛있는 걸 형부는 안 먹는데”
“응 그래! 그러면 앞으로 봐서 잘 못 먹는 거 있으머 그 전에 좀 굶기다 시피해서
배고플 때 먹으러 가봐” 했다.
“감자를 갈아서 이렇게 전을 부치면 쫀닥쫀닥하고 맛있는데
삶아먹으면 왜 퍼석하고 그런지 삶아서 먹을 때도 이렇게 쫀닥쫀닥하다면 좋을 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