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이는 밤거리
그녀가 나를 바라는 것일까? 바라지 않는 것일까?
나는 가끔 내 사랑에 대해서 의심을 하곤 한다. 내가 생각하고 추구하고자 하는 나의 사랑이 진정 사랑일까? 겨우 한 밤을 같이 지낸 주재에 그걸 사랑이라고 이야기 한다는 것은 인간적 됨됨이가 완전하다는 사람에겐 비난을 받을 일일지도 모른다. 평소에 낭만적인 생각을 가지는 이가 있는가하면 매사에 부정적이고 원칙을 추구하는 사람과의 사랑의 차이는 아마도 심한 편차를 나타내고 그 합리적인 교차점이란 찾기가 불가할 것이다. 그러니 독자들도 나의 사랑에 대해서 또 다른 이의 사랑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결코 의미 없는 판단일 것이다.
우리는 거의 모두가 최초의 사랑을 어떻게 겪어왔던가? 흔히 보는 최초의 사랑은 상대의 의견은 관계없이 혼자로부터 시작하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사랑은 결코 색깔이나 논리나 원칙이 없이 무미건조하면서 상대의 심리를 좌지우지하는 그 무엇으로 때로는 큰 힘을 발휘하는 발동기 같이 변하기도 때로는 허물허물하게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없어지기도 하지 않는가.
하루 종일 강태공마냥 한 치의 미동도 없이 이 카페 저 카페 올려놓은 글(알바 구합니다)의 댓글을 바라보며 여차하면 낚아챌 기세를 하고 있었으나 결국 아무런 성과 없이 또 하루를 보내고 말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나는 진정한 사랑의 내 여자를 만나지 못했다.
이곳은 공단지역과 주거지역으로 잘 조성되어있는 계획도시다.
도시 시설 자체는 주거지역을 3등분하여 위락시설을 비롯하여 상가들이 잘 발달된 셈이다.
주거지역은 아파트단지 지역과 단독주택 지역으로 조성되었다.
단독주택에는 공단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원룸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원룸지역은 가로등 들이 부실하여 겨우 골목의 어둠을 밝히고 있다.
밤의 길거리에 간간이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외국인 근로자들이며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엿들어보면 중국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위락지역에는 많은 사람들이 밤늦게까지 들끓었는데 요즘은 한가한 편이란다.
내가 보기엔 아직도 밤늦게까지 음식집과 술집 노래방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아마 그들은 야근을 하고 나오든가 야근 중에 야식을 먹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전부 젊은 사람들이다. 나같이 나이든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밤늦게 휘청거리는 사람들, 출입구에 뿌려진 찌라시, 이제 그 실체를 거의 알게 된 것 같다. 찌라시들의 출처는 여러 집이 아니고 주변의 한두 집에서 간판을 걸지 않고 찌라시에 주기적으로 상호와 전화번호를 바꾸는 것으로 보인다. 혹시 허가되지 않는 영업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
주변의 건물은 균일하게 3층이다. 이 지역은 3층으로 제한된 지역으로 보인다. 한 건물에 15개 안팎의 방, 이런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따라서 퇴근하면 건물 주변 골목길에는 주차 전쟁이 이루어진다.
한길에 나가도 마찬가지다. 야간에는 광폭 2차선 도로에 3줄 주차를 하고 있다. 때문에 꼬불꼬불한 1차선으로 변한다.
그래도 단속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24시간 영업소가 많고 심지어 상가를 드나드는 경찰들도 불법 주차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언제 부터인지 모르지만 그들도 이 환경에 익숙해진 모양이다.
밤 10:00경 작대기 하나들고 밤길을 걷는다. 환경이 환경이니 만큼 임시로 사용하는 산 중턱의 컨테이너 사무실 주변에 있는 대추나무를 전지한다 하옵시고 자른 나무로 작대기를 만들었다.
내 차에는 약초나 약제나무를 채취할 기회를 대비 공병삽, 미니삽, 전지가위, 손도끼, 톱, 소화기, 과도, 거의 다 허물어진 등산화 그리고 마대와 소코뚜레 만드는 노간주나무 막대기가 실려 있다.
이것들도 어떤 때는 다른 용도로 요긴하게 써먹을 때가 있다.
도시의 북쪽 야산에서 도시를 가로질러 시화호로 흐르는 강이라고 하기엔 그렇고 도랑이라고 하기엔 좀 큰 인위적으로 곧게 형성된 둔치에 포장된 자전거 길을 걷는다. 역시 캄캄하기도 하나 저만치 떨어진 가로등의 불빛과 하천 둑을 따라 도로가 형성되어있어 그 도로를 지나다니는 차들의 간접 불빛이 은은하게 비칠 정도다. 교량 아래를 지날 때는 캄캄하고 무서움을 느낄 정도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작대기를 가지고 다닌다. 나는 그런 길을 매일은 아니지만 시화호까지 왕복하면 9~10키로 정도를 걷는다. 돌아올 때는 한 겨울이라도 등에 땀이 배어나온다.
어느 날 반환점을 돌자마자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진다. 급하다. 뛰기 시작한다.
그러나 계속 뛸 힘이 없다. 숨이 가빠지며 힘이 부친다. 뛰다 걷다를 반복한다.
저만치 소방차의 경보음 소리가 들린다.
여기 와서 밤에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경보음, 방향이 숙소 부근이다. 더 다급해진다.
나올 때 보일러를 켜놓고 매트의 온도를 얼마나 올려놨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통상 퇴근하면 방안의 온도를 빨리 올리려고 보일러를 가동하고 매트의 온도를 최상으로 올렸었기 때문이다.
공단지역의 공장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세찬 굉음과 함께 돌아간다.
늦게까지 근무하다 퇴근하는 자전거의 행렬이 이어진다. 처음 며칠간은 운동을 위한 행렬로 봤는데 주거지역으로 향하는 행렬만 있을 뿐 되돌아가는 자전거는 없었다.
어두운 밤이지만 중간 중간에 덩그러니 앉아있는 나무벤치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굴뚝에 내뿜는 연기 그리고 수증기는 도시 불빛을 받아 낮 보다는 밤에 더 잘 보인다.
이 길을 걷는 사람은 한 달이 넘었는데도 나 외엔 보지 못했다. 나의 전용 길인 셈이다.
군 시절 한 겨울 야전에서 훈련 중 텐트속의 야전침대에 전기담요를 켜 놓고 이불을 개어 놨었다. 저녁에 이불을 펴는데 전기담요가 접으면 부서지는 현상으로 완전히 눌어있었다. 그때의 그 광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행이 불은 붙지 않았었다. 내내 그 생각이 떠올라 뛰고 또 뛰었다. 헐레벌떡 숙소부근에 왔다. 그러나 연기 등은 보이지 않고 경보를 울리던 소방차도 온데간데없다. 안도의 숨을 고른다. 길거리에 인적은 보이지 않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군데군데 호객하는 야한 그림의 찌라시들만 흩어져 나뒹군다.
터벅터벅 이윽고 내 다리가 휘청거린다. 그런 와중에도 며칠 전 그녀의 생각이 며칠 동안 끊임없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것이 사랑일까? 단순한 망상일까?
지난 일이지만 소방차의 경보음을 듣는 순간 그 마음 어떠했으랴.
방안에 들어오자마자 아이스크림인 찰떡 국화빵 하나를 흡입하고 드레곤플라이트 탐험결과를 체크한다. 밤은 깊어 자정을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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