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이야기
2020 정초의 일이다.
어느 전철역 개찰구 주변 역내 광장에서
외관 몰골이 촌티가 뭉실 풍기는 호리호리하며 키가 훤칠한
신체적으로는 그야말로 젊었을 땐 여자를 대상으로
한가닥 한 느낌을 주는 그런 인상을 갖춘 노인이(실은 나도 노인인데)
내 앞에서 멈칫멈칫 알짱거리며 주변을 이리저리 두리번거린다.
나는 그 노인과 부딪히는 걸 피하며 개찰구 통과 후
걸음을 멈추고 그 노인의 행태를 살폈다.
그 노인이 뭔가 어색하고 전철을 처음 타 보는 아니면 정신적으로 장애가? 등
의심되어 물꾸러미 그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노인은 전철표 발권 기계를 향해 가더니 기계별로 이리 훑고 저리 훑어본 다음
한 기계 앞에 서더니 포켓에서 카드를 꺼내 숙련된 손가락 놀림으로
발권된 한 장의 표를 집어 들고 개찰구를 통과했다.
나는 그 노인을 향해 다가가서 “표 사셨어요?” 하고 물었다.
“예” 하고 노인은 대답했다.
“아니 무료로 탈 수 있는데요”
“표 반납하고 무료로 가시죠” 하며
그 노인의 소매를 잡아끌며 다시 개찰구 밖으로 유도했다.
“아니 그냥 타고 갈래요” 했다.
“아! 예 다음부터 돈으로 사지 마시고…. 주민등록증 가지고 다니세요?” 하고 물으니
가져 다닌다고 했다.
“다음부턴 주민등록증 갖다 대면 표가 나오는 기계가 있기도 하고
아니면 역무원한테 주민등록증 제시하고 표를 달라고 하세요.
괜히 돈 주고 사지 마시고요.” 하고 나는 나의 갈 길로 갔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편리한 나라. 참 살기 좋은 나라
우리 한창 자랄 시절에 비하면 참 좋은 나라가 됐는데도 불구하고
요즘은 연일 기분이 참 찹찹하다. ...라기보다 참 더럽다.
2020. 01.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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