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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

밥상머리 이야기(정초)

by 최재곤(집시) 2020. 2. 4.

밥상머리 이야기

 

2020 정초의 일이다.

어느 전철역 개찰구 주변 역내 광장에서

외관 몰골이 촌티가 뭉실 풍기는 호리호리하며 키가 훤칠한

신체적으로는 그야말로 젊었을 땐 여자를 대상으로

한가닥 한 느낌을 주는 그런 인상을 갖춘 노인이(실은 나도 노인인데)

내 앞에서 멈칫멈칫 알짱거리며 주변을 이리저리 두리번거린다.

 

나는 그 노인과 부딪히는 걸 피하며 개찰구 통과 후

걸음을 멈추고 그 노인의 행태를 살폈다.

그 노인이 뭔가 어색하고 전철을 처음 타 보는 아니면 정신적으로 장애가?

의심되어 물꾸러미 그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노인은 전철표 발권 기계를 향해 가더니 기계별로 이리 훑고 저리 훑어본 다음

한 기계 앞에 서더니 포켓에서 카드를 꺼내 숙련된 손가락 놀림으로

발권된 한 장의 표를 집어 들고 개찰구를 통과했다.

 

나는 그 노인을 향해 다가가서 표 사셨어요?” 하고 물었다.

하고 노인은 대답했다.

아니 무료로 탈 수 있는데요

표 반납하고 무료로 가시죠하며

그 노인의 소매를 잡아끌며 다시 개찰구 밖으로 유도했다.

아니 그냥 타고 갈래요했다.

! 예 다음부터 돈으로 사지 마시고. 주민등록증 가지고 다니세요?” 하고 물으니

가져 다닌다고 했다.

 

다음부턴 주민등록증 갖다 대면 표가 나오는 기계가 있기도 하고

아니면 역무원한테 주민등록증 제시하고 표를 달라고 하세요.

괜히 돈 주고 사지 마시고요.” 하고 나는 나의 갈 길로 갔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편리한 나라. 참 살기 좋은 나라

우리 한창 자랄 시절에 비하면 참 좋은 나라가 됐는데도 불구하고

요즘은 연일 기분이 참 찹찹하다. ...라기보다 참 더럽다.

 

 

2020. 01.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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