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30 내일이면 한해의 마지막 달
이 밤이 지나면 금년의 마지막 달을 맞이한다. 오후 6시경에 저녁식사를 간단히 하고 잠시 쉬었다 7시 정각 역시 해양공원으로 가기위해 숙소를 나섰다.
11월의 마지막 밤은 조용하고 하늘엔 구름조각 하나 없이 맑았다. 달은 3/4정도의 크기로 유난히도 밝게 온 해변의 밤을 비춘다. 주변의 별들마저 초롱초롱하다.
보도에 나뒹구는 동백 또한 온 바닥을 붉게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하다. 하늘과 땅 모두가 낮에 지나간 바람과 약간의 비 때문에 맑아진 것 같았다. 공기 또한 빗물에 깨끗이 씻기어 상쾌하다. 남해의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오늘도 흘러간 옛 노래를 혼자 흥얼거리며 걷는다. 걷는 도중 어느 마을에 사는지 아니면 타지에서 여행을 온 사람인지 중년의 부부가 다정하게 밤공기와 밤의 야경을 즐기고 있다. 혼자 낚시하는 사람도 있었고 길가에 시동은 걸린 체 정지해있는 승용차도 보였다.
역시 명동의 포구 방파제를 기점으로 되돌아오는 길에 한 중년의 여인이 마을 어귀에서 노를 젓는 조그만 배에 오른다. 이 시간에 뭐하는지가 궁금하여 길가의 난간 대에 기대어 한참을 바라보는데 여인은 지체하지 않고 노를 챙기더니 달이 중천에 휘황찬란하게 비추이는 검은 바다 물결을 헤치며 노를 젓기 시작한다.
길 아래의 터널을 빠져나가 깊은 곳으로 향한다. 노젓는 힘이 보통이 아닌것 같으다. 바다에 비친 달빛을 산산이 부수며 물결을 가른다. 달 아래 조용한 바다에 유유히 노 젓는 저 여인! 어디로 향하는 걸까?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잠시 후 그 배는 점점 작아지며 그야말로 구름에 달가듯 가물거리다 어둠속으로 사라져 가고 배가 남긴 보석물결은 다시 평온을 찾아 잔잔해진다.
이 야밤에 무슨 일이? 어떤 말 못할 사연이? 그 후 그 여인은 보지 못했고 뒷날도 아무런 들리는 이야기는 없었다. 마음이 어째 궁금하다. 나가기 전에 잡고 사연을 물어볼걸!
크게 소리치며 어디가는냐?고
- 우리는 두 눈에 붕대를 감고 현재를 통과한다.
시간이 흘러 붕대가 벗겨지고 과거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될 때가 되어서야
우리는 비로소 살아온 날들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깨닫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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