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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

토끼 사랑

by 최재곤(집시) 2011. 4. 24.

 

토끼 사랑

 

 

이곳 안산에 와서 가끔 지루할 때 시간도 보낼 겸 운동한다고 평행봉 만들고 역기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4월 5일 토끼 두 마리(한 쌍)를 24000원 주고 사와서 기르고 있다. 주변에 널려있는 폐 보도블록을 쌓아 벽체를 만들고 위에는 역시 폐 합판을 덮으니 훌륭한 토끼집이 만들어졌다.

 

아침에 눈뜨면 곧장 그 놈들이 잘 있는지 들여다보고 풀을 뜯어 넣어주곤 한다. 풀을 먹는 귀여운 모습을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토끼는 먹이를 먹다가 한 번 넘기면 다시 뱉어내는 일이 없단다. 그래서 약을 먹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죽는다고 한다. 먹을 때의 입놀림이 왜 그리 귀여운지 먹는 것도 많이 먹는다. 가끔 앞다리를 들고 설 때의 자세는 더욱 귀엽다.

 

먹이를 줄 때는 먼저 손으로 몇 닢의 풀을 집고 토끼가 풀을 먹는 흉내를 소리까지 곁들이며 입에 갖다 주다가 집은 량을 다 먹은 다음 듬뿍 넣어준다. 이를 반복하다보면 나중에는 소리만 내면서 손을 내 밀어도 따른다. 이들 두 마리가 하루에 먹는 양이 바커스에 한통을 먹는다.

 

 

 

가끔 밖에 내 놓고 풀을 뜯어 먹이기도 한다. 어떤 때는 구경하는 내가 걔들의 사랑에 샘이 나기도 한다. 엊그제는 한 놈이 입으로 다른 놈의 귀를 핥아주는데 짜식이 언제 물어뜯어놓고는 핥아주는 것이었다.

 

그러다 또 물어뜯는 것 같아서 집안에다 합판으로 중간에 가림 막을 만들어 넣었더니 이튿날 그 두 놈이 같은 칸에 서로 붙어서 누워 있었다. 다른 방의 한 놈이 가림 막의 아래를 파내고 건너간 것이었다. 이렇게 기른 넘을 어떻게 밥상에 올릴까 걱정된다.

 

 

2011.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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