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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

'13.4.7 집시의 아침

by 최재곤(집시) 2013. 4. 7.

 

비온 뒤의 새벽이라 맑다. 상쾌한 아침이다.

10층 아파트의 주방 창문으로 보이는 주민센타의 깃발들이

바람에 팔락거리는 모양을 보고

바람이 좀 세다는 걸 감지한다.

개으름을 피우려다 날씨가 나를 서두르게 만든다.

어제 아침부터 밤까지 많은 비가 내려 얼씨구 좋다하고 집에 갔다.

비오면 공(空)치는 날, 내 업무의 성격이 그렇다.

 

 

서둘러 현장(화성의 남양)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으니 바빠진다.

챙겨주는 아침을 후다닥해치우고 출발했다.

일어났을 때만해도 밖을 내다보지 않고 잠자는 마눌도 깨우지 않았다.

비가 많이 왔어도 햇빛이 나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풀이나 낙엽들이 금방 말라버린다.

 

 

시내버스를 타고서야 사당역에서 남양 가는 버스 시간표를 본다.

일전에 버스기사가 준 시간표다.

사당역에서 9시 출발이다.

내가 사당역에 도착 예상은 9시 5분

그제야 미리 시간표를 볼걸…….

 

 

일전에 버스가 10여분 늦게 도착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런 요행을 바라며 가능한 차를 갈아탈 때마다 뛰다시피 걸었다.

집에서 시내버스 타고 동서울에서 2호선을 타고 사당역 도착이 9시 2분이다.

4번 출구 밖까지는 거리가 제법 된다. 출구 밖을 나서며 시계를 본다.

9시 5분, 기다리는 곳에 너덧 명이 줄서있다.

나는 포기하고 줄에서 이탈하여 저만치 바람을 피해 건물 곁에 엉거주춤하고 서 있었다.

그곳에는 목적지가 서로 다른 3곳의 버스가 와서 손님을 싣고 간다.

줄 서있는 사람한테 1008번 갔느냐고 물어보려다 포기 했다.

 

 

전철에는 주말이라 자리가 여유가 있었다.

서는 역마다 내리고 타는 사람들의 수가 비슷하여 항상 한 두 개의 좌석이 비어있었다.

내 맞은편에 등산 차람을 한 여인이 와 않는다.

나는 등산을 좋아한다.

지난겨울 1, 2월, 여기 오기 전까지 매주 1~2회 이상 산행을 하였다.

주로 산행을 하는 이까페 저까페에 가입하여 따라다녔다.

 

 

그녀의 눈길이 자꾸 나와 마주친다.

나의 눈길이 그녀 곁을 맴돌고 있는 것이다.

아담한 키에 보통의 파마스타일 몸에 착 달라붙은 옷 등산에 세련된 차림이다.

나이는 50대 쌍꺼풀의 눈이 나이에 비하여 촐망촐망하며 아름답다.

몸도 가냘프기보다는 잘 빠진 편이다.

몇 번의 마주친 눈길, 어디서 봤을까?

 

 

나는 눈살미가 없어 한두 번을 봐도 다른 곳에서 보면 기억을 못한다.

그런 내가 기억해 내리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나는 의도적으로 약간의 미소를 머금는 인상으로 바꾼다.

그녀도 좀 전 보다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으로 바뀐다.

눈을 자주 마주쳤다가 천정을 봤다가 주변으로 돌리곤 한다.

두팔로 배낭을 안고 있는 손의 손가락이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분명히 필이 전달되는 모습이다.

그러다 사당역에 도착 나는 내려야했다.

 

 

이성과 같이 봄꽃여행을 평생에 한 번이라도 할 수 있을까?

여자들은 봄꽃 보면 가슴속 깊이 내재하고 있던 감성을 밖으로 들추어낸다는데,

사는 것이 뭣인지 봄이면 봄마다 시간을 내지 못하고 묶이는 신세다보니

자신이 한층 더 애처롭게 느껴질 뿐이다.

 

 

이제 한 시간을 기다려야 다음차를 탄다.

그래도 저 멀리 신호대기하고 있는 빨간 차들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눈을 때지 않는다.

신호가 바뀌고 여러 대의 버스가 오는데 1008번이 온다.

나에게 이런 행운이…….

 

 

얼른 올라탔는데 버스가 출발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린다.

수첩을 꺼내 시간표를 다시 본다.

아~! 그제야 이곳 출발이 9시 10분이란 걸 알았다.

 

 

시간표에는 평일과 휴일 구분하여 사당역 출발이 있고 화성의 현대정문 출발이 있는데

휴일의 현대정문 출발시간을 본 것이다.

어쨌거나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온 덕에 잘 타고 왔다.

티브이에는 남진의 “님과 함께”의 노래

‘반딧불 초가집도 님과 함께면 나는 좋아......’가 흘러나오고

점심은 양푼이 비빔밥을 시켜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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