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가는 딸의 선물
지난 ‘13년 12월 초
둘째가 아빠의 일정을 묻는다.
나는 ‘14년 2월 초부터 산불진화 임무에 들어가면 기간 중에는 주말이나 공휴일이라도 비상근무를 해야 한다.
따라서 5월 말에라야 여유가 생긴다.
이런 일정을 대충 알고 있기에 묻는다.
나는 딸이 둘 있다.
첫째는 4년 전에 결혼하여 잘 살고 있다.
“와 그라는데?”
“나 결혼하려고”
“그라머 5월 말 이후에 해야”
“아니 빨리해야되”
“와”
“날을 급하게 받아야 준비기간이 짧고 그러다 보면 짧은 기간에 대충 준비해서 살면서 갖추면 더 좋을 것 같어.
괜히 준비하는 기간이 길면 고민 기간이 길어질 것 같아서”
맞는 말이다.
어차피 준비기간이 길다고 해서 완벽한 준비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살면서 그때그때에 필요한 것 갖춘다면 그게 더 완벽할 것이다.
‘한편으로 보면 요즘 애들이 애들 아니라니까’
“그러면 좋지만 아빠가 준비해 놓은 것 없으니 그게 걱정이네”
“집에서 준비할 것은 없어 우리가 알아서 다 할 테니 걱정은 말고”
참 듣기 좋은 소리다.
그러나 어떻게 그냥보고 있을 수 있겠는가?
하기야 지 언니도 전부 혼자 준비해서 갔는데…….
그 뒤 나는 회사일로 밀양철탑 공사현장에서 분주히 임무수행을 하고 있었다.
가끔 전화로 “준비 잘 되가?”
“응 걱정 마 뭐 준비할 것도 없어 집은 잠원동에 언니 집에서 가까운 곳에 전세 결정했고
다행히 집이 조그마하니까 많이 준비할 필요도 없어”
‘14. 1. 18일로 디데이를 결정하고 날짜가 임박하다보니 자기들 직장과 관련된 장소를 물색하였으나
여의치 않아 성당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13. 12. 21일 상견례 자리에서 시어머니 되는 분이 하시는 말씀
단도직입적으로 “아무것도 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 쪽에는 청첩장도 안 돌리고 축의금도 받지 않겠습니다.
그쪽에는 그쪽대로 하시면 되겠습니다.” 요지는 이렇다.
그쪽은 교직자가 많고 안사돈 되는 분도 아직 교직에 있으며 정년을 앞두고 자식 둘 중 이번 혼사가 첫째다.
생각 같아서는 가족들만 초청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결혼제도가 빨리 개선 되어야한다고 했다.
물론 나도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어느 날
혼수 준비한다고 같이 가자고해서 따라갔는데
냉장고, 세탁기, 티브이, 오븐렌지 등 가전제품을 구매하는데
모두 본인 카드로 결제하며 나보고 하지 말란다.
결혼 전 전날(15일) 밤
내가 밀양에서 집으로 왔다.
16일 아침
딸이 “엄마 날 추운데 앞으로 차타고 다녀야지 그랜저로 생각하다가
아마도 외제차가 사람들이 피해주니까 더 안전할 것 같아서
"폭스바겐 골프"로 주문해놨어 2월에 나올 거야 그러면 그걸 타고 다녀”
엄마는 “왠차? 그러면 민(사위)도 알고 있니?”
“응 서로 의견을 나눴으니 걱정마, 나는 내가 타던 거 가지고 가서 타다가 오빠가 다시 사준댔어" 라고 한다.
둘은 동갑네기고 사위는 모방송국 피디, 딸은 한수원 대변인직을 수행하고 있다.
나는 그들이 참 잘 어울린다고 믿고 있으나
이제부터의 삶은 그들의 몫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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