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어디로 갈까?
금요일(3.31) 밤, 이 카페 저 카페 들락거리며 어디 카페 중 산행계획 좋은데 없을까?
아니면 나 홀로 산행? 하며 기웃거린다.
내가 가입되어 있는 카페 중에 모카페에 적당한 계획이 올라와있었다.
행선지는 북한산,
몇 안 되는 회원이 댓글을 달은 걸 보고 일단 내일 아침에 결정하기로 했다.
이튿날(4.1일 토요일)아침 일어나자 마자 “같이 갑니다.” 라고 댓글을 남기고 부랴부랴 준비한다.
준비라고는 빈 배낭에 땀타올 한 장, 작은 물병 하나,(휴대용 의자나 깔개도 안 가져감)
그리고 점심식사는 모이는 전철역에 내려 주변에서 사넣기로 하고 출발했다.
전철에서 다시 댓글을 확인하고 참석인원을 확인했다.
대장이 누굴까?
회원정보를 보고 나보다 한 살 많은 66세의 나이와 사진을 눈여겨 보아두었다.
참석인원은 댓글로 보아 4~5명 남자 2, 여자 2~3명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약속시간 30여분 전, 불광역 도착하자마자 밖에 나가 김밥 한 줄, 돼지족발 1팩을 사 넣고
다시 출구 안으로 들어와 대장에게 예의를 갖추느라
메모해간 대장의 번호에 “안녕하세요. ‘집시입니다. 2.3번 출구 안 도착’ 이란 메시지를 남겼다.
곧 바로 ‘조금만 기다리세요. 가는 중입니다.’라는 답이 왔다.
불광역 2,3번 출구 쪽에는 등산객들의 만남 장소라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주변을 서성이다 다행히 벤치에 자리를 차지하고 기다렸다.
잠시 후 내 곁에 서성이는 한사람,
오면서 사진을 기억해 놨던 오늘 리드?
나는 앉은 자세에서 힐끔히 그를 쳐다보며 “혹시 아다세~~~~”하는데
그가 “네에~집시님”하며 손을 내 민다.
악수를 하며 인사를 하자마자 그는 주변에서 사라졌다가 잠시 후
두 여인을 데리고 와서 인사를 시키는 찰라 두 여인이 먼저 “아~~~집시님” 한다.
대장 “아! 이미 아는 사이?”
두 여인이 이미 준비한 듯 동시에“네 잊을 만하면 나타나고 잊을 만하면 나타나시네.”
그리하여 우리는 남녀 둘씩 넷이서 북한산을 오른다.
대장이 앞서고 두 여인이 중간에 그리고 내가 따른다.
오늘의 산행환경은 드물게 좋은 환경이었다.
맑은 날씨에 미세먼지도 없고 국민대학 뒤로 올라가 대성문을 거쳐 대남문으로 내려왔다.
지난 날 내린 약간의 비에 젖은 산길엔 먼지도 없는 뽀송한 길이라 할까?
따스무리한 기온에 비스듬이 올라 빠른길로 내려왔는데
오르는 경사도도 참 좋았던 것 같았다.
내려오는 길은 고무 매트가 깔린 계단과 돌계단이 많았다.
다만 고무줄이 느슨해진 팬티를 갈아입고 가려다 그냥갔는데
한참 내려오면 팬티가 내려가고
또 한참 내려오면 팬티가 내려간 게 탈이면 탈
앞서가는 사람들 들어라고 일부러 볼륨을 높혀
"아이 쉬 오래입어 고무줄이 느슨한 빤쮸를 입고 왔더니 자꾸 내려가요." 내가 투덜거린다. ㅋ
한 여친이 “내려가다 걸릴 낀데요.”
“내려가도 이제 걸리지도 않네요.” 하고 웃기도...ㅋㅋㅋ
산행 내내 대장이 나보다 한해 선배인 줄 알았는데
다 내려와 막걸리 한잔 시켜놓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중에
같은 연배라는 걸 알았다.
52년생이면 65세로 내가 잘못 알았으니
이유는 지난 1월 말로 내가 65세가 됐다고
구청에서 무임 전철교통카드가 나왔으니 말이다.
오늘 네 사람, 남녀 각각 두 사람.......???
아! 옛날이여~ 생각나는 게 있다.
오래전의 가을 한창 단풍이 꺼져갈 때의 사건이다.
그 때도 어디로 갈까? 하고 이방저방 두리번거리다
소요산에 오늘 같이 따라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역시 제일 먼저 전철역에 도착 기다리며 리드에게 여러번 전화를 하는데
통 전화를 받지 않는다. 상대의 전화가 계속 통화 중이다.
그런데 저만치 한 여인이 통화를 오래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쳐다보며 또 걸었다 역시 통화 중이다.
그러다 그녀가 통화를 마무리한다. 직감으로 아! 저 여자로구나,
내가 다가가 누구 아니시냐고 먼저 물었다.
그제야 “아 네 맞습니다......”하며 우린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녀가 당일 참석하는 인원에 대해서 일러 주었다.
잠시 후 한 사람의 여자가 더 오고 또 한 사람이 오고 있는데
그는 남자로 강남의 압구정에서 택시 타고 오고 있단다.
아마 그 때의 장소가 동두천역 1번 출구였던 것 같다.
한참을 기다려 택시가 도착하자마자 한 남자가 내리더니 죄송하다며 인사했다.
우리는 다시 그 차를 같이 타고 소요산 요금소 전 입구에서 내려 좌측 산능선으로 올라갔다.
조수석에 탄 나 요금을 슬쩍 훔쳐보니 57,000원
오르는 내내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려오는 길은 소요산의 계곡 안쪽으로 내려왔는데
계곡 좌우 그리고 진입로 좌우로 단풍이 너무 아름다웠다.
나는 디카(그 때는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기 직전)를 꺼내 촬영을 했다.
이를 본 한 여자가 “아이 집시님 카메라를 가져오셨네요. 우리 좀 찍어주세요.”
이리 찍고 저리 찍고 지나가는 사람 붙들고 네 사람 같이 찍고 많이도 찍어왔다.
입구에 다 나와서 늦게 온 친구가 미안해서 자기가 낸다며 장어집으로 안내했다. 실컷 먹었다.
문제는 지금 부터다.
집에서 저녁을 먹고 찍어온 사진을 전해주기 위해서 카페에 열심히 올리고 있는데
뒤에 인기척이 나서 획 돌아보니 마눌이 어께너머로 보고 있다.
순간 어마뜨거라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딱 걸렸다.
남자 둘에 여자 둘, 어느 누가 의심하지 않을 여자가 있겠는가?
특히, 나는 지방 출장이 잦은 일을 하고 있는데
그것도 시도 때도 없이 장기로, 그리고 그 때 마다 숙소는 모텔이었으니 지금도 그렇지만 ...
그 때 사건으로 얼마기간의 냉전이 오래 지속되었었다.
산행 중 내내 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오늘 하루였다.
그 후론 산행에 참석하면 내폰으로 인원 촬영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은 내 폰으로 4월의 꽃과 아직 덜 녹은 눈과 얼음 외엔
한 장의 인물 사진은 찍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