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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

인생 참!

by 최재곤(집시) 2017. 10. 17.

인생 참 측은하이.

 

가을의 날씨라는 걸 절실히 느껴지는 10월 중순의 아침

차가 빈번히 지나다니는 서울의 한 길가 보도를 따라

나는 5 살배기 외손녀 손에 내 손을 잡고 유치원에 가고 있다.

 

외손녀는 유치원에 가지 않으려고 요리조리 핑계를 대다가

결국은 어른들의 설득에 마지못해 따라나선다.

리아! 이 나무는 무슨 나무

회양목

다음 영산홍을 가리키며

저거는?”

응 은행나무와 민들레는 아는데…….”

하고 얼버무린다.

 

내 앞에는 유모차에 지난 4월에 출산한 아기를 태우고 걸어가는 한 할머니

그녀는 운동화를 신었고

바지는 회색 츄리닝

겉옷으로 자잘한 검고 흰 체크무늬 바바리를 걸쳤다.

성큼성큼 걷는 노인의 어깨엔 딸이 선물해준 값나가는 백을 걸쳤다.

 

가로수는 가뭄과 기온의 저하 때문인지

나뭇잎들도 이미 생기를 잃었다.

지난 봄 파릇하게 나오는 듯하던 잎들이 벌써 일부는 단풍이 들고

일부는 낙엽 되어 떨어진다.

떨어진 낙엽은 차들이 지나칠 때 마다 보도로 나뒹군다.

 

자신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정수리 부분에는 머리카락이 덤숙덤숙하다.

속 표피가 드러나고

머리카락의 뿌리는 대부분 하얗다.

유모차를 밀며 팔의 무게를 유모차에 싣고 기대며 걷는 듯하다.

뒤에서 보는 나의 마음이 측은해진다.

 

시간이 흘러 세월이 가고 인생도 저만치 저뭄으로 향하는데

지난 날 되새겨봐야 아쉬움만 더 해지는 계절이다.

나도 세월의 흐름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지는 않는지?

두 딸을 혼자 키우고 시집보낸 후, 지금은 딸을 출근 시키고 외손녀 둘을 봐주는 마누라

앞에서 터벅터벅 걷는 그녀의 모습이 오늘 따라 왜 이리 측은해 보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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