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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

호텔 스시 식사

by 최재곤(집시) 2018. 7. 25.

집 마눌이 요즈음 더운 날씨에 얼라보랴 주변의 일 들,

그리고 멀리 혼자있는 남편의 의심? 등으로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것 같아 


지난 주 금요일 최근 들어 집에 들리는 것도 물론이고 전화도 뜸한 둘째 딸에게
카톡으로 “이번 주말 어디있을거니? 엄마의 맘이 좀 그러니 이번 주말에 분위기 좀 살려봐”

했더니
“알써”


일요일 오전
“엄마한테 일요일 점심 같이 먹자고 했는데 엄마가 아빠는 안 데리고 간댜 ㅋ 다녀올게 이따가”
“응 잘했네. 근데 아빠는 빼놓고?”

일요일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게임을 하고 있는데
카톡을 받은 마눌이 옷을 주섬주섬 그럴싸하게 챙겨 입고 나간다. 
나가자 마자 딸한테서 전화 왔다.
“아빠 내려와 입구에 있으니 내려와”
“응” 하고 반바지 차림으로 슬리퍼를 질질 끌며 마지못해 응하는 것처럼 내려갔다.


차는 입구에 시동이 걸린 체로 서있다.
백미러로 보았는지 운전석에서 사위가 내려 나에게 황급히 다가오며
“아버님 옷 갈아입고 가셔야 됩니다."
“어디로 가는데?”

"아 그냥 가시면 못들어갈지도 몰라요"

하며 나를 끌고 집으로 들어간다.
나는 못이기는 체하고 다시 들어와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차를 탔다.
차는 반포대교를 건너 강북으로 향한다.
“어디 가는데?”
작은 딸이 “시청 쪽으로”


잠시 후 우리가 도착한 곳은 더-프라자 호텔.
나는 말없이 그들의 뒤를 따른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에서 곧장 맞은편 홀로 들어갔는데 점심시간인데도 아무도 없다.
도우미 서넛이 우리를 안내한다. 홀은 넓은데 휑하다.
우리가 앉은 등 뒤 창밖으로 서울시청과 내리쬐는 더운 햇빛으로 인해서 인지
운동장의 잔디가 더욱 새파랗게 보인다.


아주 길게 만들어진 아일렌드식탁 시설에 띄엄띄엄 도마가 3개 놓여 있을 뿐이다.
우리는 가운데 도우미가 빼주는 의자에 각각 앉았다.

아일렌드 식탁의 의자는 어림잡아 20여개는 되는 것 같았다.

 

우리가 앉은 뒷 공간은 창과의 사이에 식탁들이 즐비하게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자그마한 접시 등 공그릇 서너가지와 차 한 잔씩 각자 앞으로 놓여진다.
이윽고 하얀 포미나 가운(거창하지도 않고 단조로운 차림)을 입은
셰프 선생님(도우미가 칭하는)이 각종 도구 들을 들고 등장한다.

셰프는 도마에 생선 덩어리를 올려놓고 요리조리 손길을 분주히 움직이며 준비하는 동안
도우미에 의해 조그만 접시에 두 쪽이 담긴 전복요리가 놓여진다.


셰프는 자기 할일을 하며 동시에 전복요리 과정을 설명한다.

이어 준비된 다금바리, 금태, 갯방어, 방어, 농어, 참돔 등을 한 점 한 점씩
개인 앞에 놓인 접시에 놓으며 일일이 그 생선에 대한 설명을 한다.
어젯밤에 받아서 내 놓는다는 성게 접시를 놓고
갖가지에 대한 먹는 방법까지 설명한다.


잘 빻아진 백소금과 와사비간장에 찍어먹는 생선의 종류와 방법
와사비의 종류도 곁들여 설명을 하며 한 점씩 썰어준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셰프는 혹시 드시고 싶은 것 있으면 주문하라한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위가 장모가 좋아하는 장어구이를 요청했다.


손가락 세 개의 두 마디만한 구이에는 단풍잎을 올리고

엇썰은 손가락 두마디 정도의 양아 한 조각을 곁들여 올리고는 양아에 대해서
그리고 곁의 나나스키에 대해서도 설명을 하는데 나나스키에 대해서는 나보다 지식이 부족했다.
초밥이 나올 때는 황금재첩 3알과 세우머리가 들어간 적된장(일본)국이 나오고
조그맣고 키가 작으며 아가리가 큰 사기질 컵류에 밥을 깔고 붉은 성게와 노란색의 성게를 흠뻑 얹고

회 조각 몇 점 얹은 것을 비벼 먹었는데 아주 맛있었다.


밥쌀은 씻을 때부터 정수된 물로 한단다.
몇 가지 먹는 과정 중 쟁반에 전 같은 걸 올려놓고
핀셋으로 계속 뭔가를 집어내고 있다. 내가 뭐하느냐고 물었다.
장어구이에 가시 발라낸다고 했다.
이어 장어 조각 중 제일 큰 조각은 나에게 주면서 “아버님 이거 드시고 힘내세요.” 한다.
나는 그걸 반만 먹고는 반을 마눌 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식사는 모두 우동으로 결정했는데 역시 손바닥만한 그릇에 나왔다.
셰프는 회는 12점을 드셨습니다.
따라서 회만 12종류의 생선을 먹은 셈이다.

이상의 것들을 먹는 중에 간간이 옆에 놓인 콜라(취향에 따라 사이다)를 간간히 빨대로 마시면서 먹었다.
디저트로 고구마푸딩이 나오고 두 가지가 담긴 화과자 그리고 호지차
뭔가를 가미하고 쪄진 듯한 당근 서너조각, 마지막으로 아이스크림 나는 더블로…….


우린 이렇게 언제 다시 먹어볼지 모르는 비싼 점심을 먹었다.
곁들여 장모는 사위로부터 립스틱까지 선물 받았다.
입이 쫘아아악 벌어진 마눌 오늘 정도 입이 다물어졌을까?
나 같이 이곳저곳 자랑하고 있지는 않을까?
옛날 같으면 통화료도 만만찮게 증가될지도…….

우리가 나올 때까지 손님은 없었다.

                                                     2018.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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