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

달맞이 춤을춘다.

by 최재곤(집시) 2018. 8. 30.

달맞이 춤을 춘다.

 

나는 평소에 꿈을 잘 꾸지 않는 편인데 요즘 들어 꿈에서 가끔 부모님을 만난다.

살아생전에 군생할 직장 생활한다 하옵시고 잘 해 드린 다기 보다 자주 뵙지도 못했다.

꿈에서 뵐 때마다 미안함이 가득하여 그저 한 숨만 나온다.

나는 자다 깨면 정신이 완전히 깨버린다.

그래서 다시 잠이 틀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

 

엄마는 2007년에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2012.10월에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신 날 나는 포항에 친구들과의 만남행사에서 산행 중이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본인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혼자 계시다가

마지막 6개월 정도는 요양원에 계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미안하다.

침대에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시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어제 한 여친과 통화를 하는데 갑자기 유명을 달리한 친구의 상가에 가는 길이라고 한다.

“3개월 전 까지만 해도 산행도 같이했었는데…….”

"그러게 지금 살아있다 해서 살아있는 게지 내일 어떻게 될지 몰라 이 사람아"

여기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있다.

이 친구는 알고 지낸지 10여년이 넘었다.

 

몇 년 전 이 친구와 어느 단체의 송년회에 같이 참석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행사를 마치고 집까지 바래다주는 도중

한 도시 골목뒤 안 좁은 공간에 노래가 넘치고 음악이 흐르고

시구의 함성들이 골목길 좁을세라 메아리 되어 흘러넘치는 분위기

주변 모텔의 현란한 간판의 불빛이 눈에 확 들어왔다.

나는 마음이 달라진다.

짐승 같은 남자의 본능이 발동을 건다.

그녀의 소매를 잡아 끌었다.

 

시즌도 연말이라 흔히들 느끼는 외로움, 그녀는 혼자 된지 오래다.

그 후에도 그녀와 나는 서로의 주변에서 떠나지 않았다.

가끔 전화로 안부도 묻고 생활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요즘은 농담도 잘한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이 나이,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순간순간을 잡아야한다. 이제 더 기다릴 시간이 없다.

앞으로 많은 시간을 살 것 같지만 누구라도 장담은 못할 것이다.

가끔은 속에 없는 말

"언제까지 혼자를 고집할건데? 세상에 별 사람 없네,

그냥 사귀면서 내가 상대한테 맞추어나가야지

상대에게 기대할 생각은 버리게" 하곤 했다.

"어서 좋은 사람 만나게" 

은연중에 그녀의 속내를 떠보기도 한다.


최근 들어 그녀는 이사를 했고

나의 일과는 갈수록 바빠졌다.

그녀의 집은 내가 오락가락하는 길목에서 더 멀어져갔다.

오가는 길이면 짬을 내어 차라도 같이 마시곤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다.


앞으로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마음 내킬 때, 해보고 싶은 거 못하면 곧 이것저것 후회하게 될 텐데…….

그날 밤 존심 체면 다 접어버리고 뿌리치는 팔을 끝까지 잡을 걸…….

우리 인생 이제 시간이 흐를수록 살아있다 해도 지금과 같은 삶이 아닐진대…….

아직 욕심도 많고 할일도 많은데…….

요즘 들어 SNS에 흔히들 나도는 내려놓으라는 거 내려놓지는 못하더라도

그때그때 서로의 마음 도닥이며 후회하지 않을 그런 소박한 삶을 살면 어떨까?

 

이곳 오송에서 거동이 불편한데도 혼자 농촌을 지키고 있는 노인들을 볼 때

그들의 외로움, 갖가지의 불편, 우울, 긴긴 밤의 고독은 어떨까?

해는 서산에 걸리고 아직 피지 않은 달맞이 그림자 길게 드리우고 달뜨기를 기다린다.

치달리는 열차 노견의 바람 흩트리니 달맞이 춤을 춘다.

차 떠난 뒤 행여나 뉘 오려나. 예고도 없는 새끼 기다리는 저 노인


만약 내가 마지막 홀로된다면 이를 어떻게 감내할 수 있을까?

이제 세월이 아니라 시시각각 거울속의 내 모습이

점점 더 아버지와 어머니의 돌아가신 전의 모습으로 닮아간다.

내 인생의 씁쓸함을 더 느끼는 요즘이다.

가을이어서 그럴까? 원래 봄을 많이 타는 편인데...

다 부질없는 인생인데

다 부질없는 인생인데

속으로 되새기고 또 되새긴다.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별명  (0) 2019.01.25
온돌 의자  (0) 2019.01.25
호텔 스시 식사  (0) 2018.07.25
외출  (0) 2018.02.08
인생 참!  (0) 2017.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