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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

못 볼걸 봤으니 우야머 좋노?

by 최재곤(집시) 2011. 4. 11.

 

예봉산을 오르는 길 중에 도곡동 뒤를 오르는 2개의 코스만 가보면 이쪽방향에서는 다 가보는 셈이다. 오늘도 역시 혼자다. 그래서 오늘은 버스종점 바로 좌측으로 오르는 코스를 택하여 올라가고 나머지 한 코스는 내려오기로 하고 오르기 시작하였다.


1시간을 오르니 꼭지봉(유두봉)에 올랐고 30여분을 더 가니 비봉(조조봉)이었다. 비봉을 지나 두봉을 넘어 계곡으로 내려오는데 중간 쯤 왔을까 거기서부터 계곡이라 지난 비에 길이 폭우에 실리고 끊기고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겨우 겨우 내려오는데 길이 더 넓어지는 듯 하드니 아예 하천으로 변하고 말았다.


평소에 거의 없던 물이 흐르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이리저리 헤매며 내려오는데 도란도란 아래에서 누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후 한 사람을 만나 “안녕하세요.” 하고 정중히 인사를 하고 보니 혼자다. 분명히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말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는데…….


그냥 그러려니 하고 길만 보고 몇 미터를 오다가 습관적으로 주변을 살피는데 좌측 개울 건너 내 눈 높이에 누군가가 쪼그리고 앉아 머리를 조아리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언뜻 나와 시선이 마주쳤는데 아 글씨! 하필이면 나를 정면으로 보고 앉아 볼일을 보고 있을게 뭐람. 순간 나의 눈은 앉아있는 이의 아래 거시기를 보고 말았다. 눈과 눈의 사이가 개울인지라 장애물이 없어 보이기도 너무 잘 보였어, 거기다가 오늘 날씨가 얼마나 맑았나. 근데 빤히 같이 보는 건 또 뭐야? 괜히 미안시럽게…….


아마 5~8미터는 될까 하는 거리다. 얼른 고개를 숙여 모자챙을 아래로 하면서도 순간 시선은 거기서 떠나지 못한다. 본능일까? 안봐야 될 걸 꿰뚫어지게 보고 말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나다. 아니! 보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말이다. 몇 년 전만하더라도 복잡한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그럴듯한 아낙과 마주치면 거시기가 싸가지 없게도 아무데서나 뿌듯해짐을 느끼며 슬그머니 솟아오르는 거시기를 감추려고 애썼는데, 이런 빌어먹을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이거 큰일난거 아닌가? 아무리 산에 올랐다 내려오는 과정이라 피곤하다 손치더라도 그렇지. 안 그런가?  우짜머 좋노?  히히히히

 

20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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