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리는 퇴근길
내가 매일 출퇴근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전철과 철도를 이용한다.
전철구간은 시청역에서 대전역, 철도구간은 대전과 영동역 간이다.
철도구간은 아예 경노에 회원으로 정기권을 구매했다.
주말(토)이라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다.
퇴근이라 대전역에서 전철을 탔다.
나는 출입문 들어서자마자 맞은편 출입문 곁의 갓 자리에 앉았다.
내가 앉은 정면에 한 좌석을 띄우고 각각 학생으로 보이는 여성이 앉았다.
정면 학생은 상의는 교복, 아래는 착 달라붙는 검은 바지를 입었다.
앉자마자 무릎 위에 배낭을 놓고 책을 꺼내 본다.
그 옆 한 공간을 비우고 앉은 학생은 청바지를 입었는데
앉자마자 안방 쇼파인양 다리를 꼰 상태로 통로 중앙으로 쭉 뻗는다.
양팔은 가슴 쪽으로 모아 손은 다리 사이 주요부위에 겹치게 포개더니
이어 모가지는 앞으로 꺾어지고 머리가 아래로 향하곤 잠을 청한다.
둘 다 학생임이 틀림없다.
다음 역에서 사복에 완전 화장을 한 여성이 비워둔 두 여학생 사이에 앉는다.
나이대가 양쪽에 앉은 여성들과 비슷해 보인다.
우선 화장과 복장이 좀 요란하다.
아랫도리 옷으로 큼직한 장미 꽃잎 그림이 들어간 무릎을 살짝 가리는 치마에
밖으로 더 긴 검은 망사를 늘어트린 걸 걸쳤다.
바깥 상의로 베이지색 코트를 걸쳤고 발모가지로부터 20여 센티 위로 딱 붙은
굽 높고 목이 긴 검은색 부츠를 신었다.
눈두덩과 볼에는 진달래색으로 연하게 칠했다.(봄을 의식했는지?)
딸랑이는 진주 귀걸이에 이어폰을 끼고,
눈썹은 짙은 검은색으로 끝을 날카롭게 그렸다.
앉자마자 손거울을 보고 속눈썹을 연신 칠한다.
입술은 셋 빨간 루주를 칠했는데 어딘가 모르게 아직은 어색한 분위기다.
나는 목적지에 이르는 내내 이 세 사람의 행동거지를 훔쳐본다.
사진을 찍었으면 좋을 텐데….
그러진 못하고
언뜻 봐서는 노력형, 날라리형, 만사태평형으로 이들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하기야 날라리형이 어느 한 놈 제대로 물어 출세라기보다 팔자 피기도 하던데...
내 주변 한 날라리, 지금 어쨌든 부유하게 잘살고 있다.
목적지 시청역에 내려 마지막 지상에 이르는 에스컬레이트를 탔는데
내 앞 저만치에 빨간 루주 바른 여성이 타고 있다.
출구 밖은 늦은 오전부터 내리던 봄비가 여태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여성은 준비된 우산을 펴드니 나온 방향으로 곧장 걷는다.
나의 방향은 반대쪽이다.
잠시 몰아치는 갈등?
가는 방향이 법원 검찰청 앞 유흥 및 식당가 골목이다.
나는 그녀의 뒤를 밟기로 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녀를 놓치지 않으려고
바닥에 고인 빗물에 첨벙거리며 뒤를 따른다.
두 블록도 못 가고 그녀는 일식집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뒤통수에서 “할배 메롱”하는 것 같았다.
지나고 나니 괜히 대책도 없이 그녀의 뒤를 밟다가
먼 길로 돌아가는 바람에 구두와 바짓가랑이만 더 젖었다.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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